[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이자 환상적인 리더(fantastic leader)라고 생각한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이 지난 17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김현수를 두고 한 말이다. 그날 김현수는 7회 만루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5타점을 쏟아내며 9대1 대승을 이끌었다. 4번타자로 또한 팀의 주장으로 더할나위 없는 '완벽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김현수가 시즌 막판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이 달 들어 어깨 부상으로 잠시 슬럼프를 겪기도 했던 그는 지난 16일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타수 3안타 6타점을 뽑아내며 다시 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 찬스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빠른 속도로 타점을 쌓아가고 있다. 19일 잠실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결승 2루타를 포함해 2안타 3타점을 올리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최근 4경기에서 16타수 9안타, 1홈런, 15타점을 쓸어담았다. 연속 4경기 합계 타점으로는 올시즌 최다 기록이다. 타점 부문 경쟁이 더욱 흥미롭게 됐다. 김현수가 101타점을 올려 103타점으로 선두인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와의 격차가 2개로 좁혀졌다.
김현수가 100타점을 돌파한 것은 개인통산 4번째이며, 101타점을 올리고 발목 부상을 입어 시즌을 조기 마감한 2018년 이후 2년 만이다. LG는 32경기, KT는 34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아무래도 홈런타자이면서 잠실보다 작은 수원구장을 홈으로 쓰는 로하스가 유리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찬스에서의 집중력 측면에서는 김현수가 탁월해 타점 타이틀 향방을 쉽게 점치기는 어렵다.
김현수는 득점권에서 타율 5할1푼5리(101타수 52안타), 5홈런, 71타점을 마크 중이다. 득점권 타율이 5할이 넘는 건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역대 한 시즌 득점권 타율 최고 기록은 프로 원년인 1982년 MBC 청룡 백인천이 기록한 4할7푼6리(63타수 30안타)다. 마지막 4할 타자가 득점권 타율 최고 기록도 갖고 있다는 건 '전설'로 칭할 만하다. 김현수가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기회를 맞은 셈이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시즌인 2015년 두산에서 121타점을 올리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기록을 세운 바 있다. 28홈런과 함께 커리어 하이로 기억된다. 올시즌 타점 부문에서 자신의 새로운 기록과 타이틀을 동시에 노려볼 수 있다. 김현수는 타점 타이틀을 가져본 적이 없다. 산술적인 올시즌 예상 타점은 130개다.
이날 경기 후 김현수는 "100타점 달성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팀이 이기는 게 먼저"라면서 "타점 기록은 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서 기회를 만들어줘 결과가 나온 거라 생각한다. 순위 간격이 좁은데 매경기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분위기가 좋은 만큼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안타기계'가 '타점기계'로 새 성능을 장착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