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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작년 9G 차 역전 우승' 챔피언 두산의 자존심, 승부는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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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9월 출발이 좋다. 아직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살릴 가능성은 남아있다.

두산 베어스가 산뜻하게 9월을 출발했다. 지난주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2연전에서 연패를 당하며 주춤했지만, 이후 3연승으로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8일 잠실에서 만난 최근 상승세 KT 위즈를 상대로도 8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아직 순위는 4위지만 3위 LG 트윈스와 1.5경기 차에 불과하고, 1위 NC 다이노스와도 4경기 차다. 역대급 상위권 순위 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두산은 고꾸라지지 않고 일정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은 선발 투수들을 중심으로 한 마운드 안정이다. 라울 알칸타라는 최근 등판한 2경기에서 총합 13이닝 무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주자 출루 허용 이후 위기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안정감이 높아졌다. 또 최원준, 이승진 그리고 선발 전환 후 6이닝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친 함덕주까지 젊은 선발 투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선발진 곳곳에 구멍이 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두 달간 잘 버틴 덕분에 크리스 플렉센이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로테이션에 더욱 힘이 생겼다. 최근 두산의 경기를 보면 실점이 줄었다. 8월까지 팀 평균자책점 4.72였던 두산은 9월에 치른 6경기 중 영봉승을 3차례나 기록할 정도로 이기는 경기는 확실히 집중해서 막아내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두산 마운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연속 악재 속에서도 잘 버티고 있다'가 주를 이룬다. 마무리 투수가 여러 차례 바뀌고, 불펜 투수들이 돌아가며 난조를 보이는 와중에도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면서 마운드가 붕괴되는 것을 막았다.

다만 공격력에는 고민이 있었다. 두산은 올 시즌 팀 타율 1위를 줄곧 달리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와 득점권 타율 등 주요 지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그동안 두산이 보여줬던 공격 응집력에 비해서는 모자란 느낌이 있었다. 김태형 감독도 "기록상으로는 굉장히 성적이 좋은데, 확실히 힘이 부족한 느낌이다. 주자가 쌓이는 찬스가 찾아오면 대량 득점이 시원하게 터지는 장면이 잘 나오지 않는다. 기록과 실제 체감이 다른 것 같다"고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요 타자들의 컨디션이 최근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9월들어 찬스 상황에서의 집중력이 좋아졌다. 9월에 치른 경기에서 주자 없을때 두산의 팀 타율은 2할7푼4리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3할1푼으로 점프한다.

두산은 지난해 기적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2019년 정규 시즌 당시, 두산은 111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1위 SK 와이번스와 9경기 차로 벌어져 있었다. 그러나 막판 30경기를 남겨두고 치고 올라가기 시작해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9경기 차를 뒤집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두산은 '가을 경험'만큼은 현재 10개 구단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막판 스퍼트에 강한 선수들이 많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살아나기 시작한 두산. 챔피언의 자존심을 살릴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