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비에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웃음)."
6일 부산 사직구장.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비 예보 소식에 불쑥 16년 전의 추억을 소환했다.
그가 떠올린 '추억'은 2004년 한국시리즈 9차전. 당시 혈투를 거듭하던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초유의 한국시리즈 9차전에 나섰다. 경기 전부터 내린 비가 폭우를 바뀌었지만, 더 이상 일정을 미룰 수 없었기에 '우중혈투'가 강행됐다. 결과는 현대의 8대7 승리와 우승. 류 감독은 당시 삼성 코치였다.
류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힘들었다. 사실 경기를 할 수 없는 날씨였다. 공이 제대로 굴러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추억했다. 그는 "비만 오면 그때 생각이 나더라. 선수들이 너무 고생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LG는 이날 경기 전까지 6연승 신바람을 냈다. 4일 잠실 NC전에서도 연장 12회 혈투 끝에 무승부를 거두며 흐름을 지켰다. 이 경기 후 밤새 버스를 달려 부산에 도착했던 LG는 5일 롯데전이 우천 순연되면서 꿀맛 휴식도 취했다. 하지만 6일 제10호 태풍 '하이선' 여파로 비가 예보되면서 류 감독의 고민은 커졌다. 5일 경기가 순연되며 '월요 야구'를 펼치게 되면서 휴식일이 사라졌다. 선발 투수, 라인업 구성 등 갖가지 숙제를 안을 수밖에 없었다. 류 감독은 "비가 내리더라도 5회까지 진행을 해서 (강우 콜드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그 이전에 끝나게 되면…"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롯데 역시 실타래가 꼬이기는 마찬가지였다. 4일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간신히 3연패를 끊었지만, 희생이 적지 않았다. 주전 대부분을 활용한 것 뿐만 아니라, 마무리 투수 김원중은 연투에 나서 59개의 공을 던졌다. 더블헤더를 치르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꼬인 것도 걱정거리. 롯데 허문회 감독은 6일 우천 취소가 될 경우, 이후 선발 로테이션에 대해 "상황을 봐야 한다. 화요일(8일 창원 NC전) 선발 투수가 없다"고 걱정을 드러냈다.
예보대로 경기 시작 직전 비가 내렸다. 하지만 비는 이내 그쳤고 경기는 예정된 시각에 시작됐다. 변수를 걱정했던 두 팀에게는 반가운 소식. 승부를 결정짓는 일만이 남게 됐다.
웃은 쪽은 원정팀 LG였다. 3회초 공격에서 롯데 수비진의 잇단 실책으로 손쉽게 2점을 얻었다. 2-0으로 앞선 5회말 2사 만루에선 임찬규가 전준우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으며 동점 위기에 처했지만, 신민재가 빨랫줄 같은 홈 송구로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하던 안치홍을 아웃시키면서 리드를 지켰다. LG가 2-1리드를 지키던 6회초부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롯데에겐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LG는 7회초엔 오지환이 롯데 김대우를 두들겨 투런포를 뽑아냈고, 8회초 대타 김호은의 2타점 2루타, 9회초 이형종의 솔로포를 더해 7대1로 이겼다.
LG는 7연승 신바람을 내며 선두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연패 탈출 뒤 반전을 기대했던 롯데에겐 뼈아픈 패배였다. 빗속 승부, 희비는 엇갈렸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