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새 외인 거포 다니엘 팔카(29)가 꿈틀대고 있다.
밀어치기를 시작하며 집요한 바깥쪽 공략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팔카는 3,4일 대구에서 열린 두산과의 2연전 전승에 이바지 했다. 2경기 6타수3안타 3볼넷, 2타점. 3안타 중 2루타가 2방이었다.
2타점 모두 꼭 필요한 순간 나왔다. 3일 경기에서 8회 희생플라이로 결승타를 날린 팔카는 4일에는 0-1로 뒤진 1회말 첫 타석에서 적시 2루타로 동점타를 날렸다.
팔카는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데뷔 두번째 경기였던 지난달 25일 LG전에서 첫 홈런과 결승타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지만 집중 견제 속에 다음날 부터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지난달 26일 LG전 부터 1일 KIA전까지 5경기에서 20타수2안타(0.100). 볼넷은 단 1개, 삼진은 7개였다. 장타는 단 하나도 없었다.
상대팀들은 빠르게 팔카의 약점을 파악했다. 문제는 당겨치기 일변도의 스윙궤적이었다. 타석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잡아채는 아웃앤인 궤적의 스윙으로 일관하다 보니 바깥쪽 공에 대한 대응이 어려웠다. 바깥쪽 공에 왼 손등이 빠르게 덮히면서 좀처럼 양질의 타구 생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수개월의 실전 공백 속 감각 부족이 겹치면서 팔카는 어느덧 가장 만만한 타자로 전락했다.
길어지는 부진. 슬럼프 탈출의 관건은 바깥쪽 공에 대한 '대응'이었다. 상대 투수의 집요한 바깥쪽 공을 좌중간으로 보낼 수 있어야 코스 약점과 시프트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고민의 시간을 가진 팔카. 드디어 '반격'을 시작했다.
3일 두산전 세번째 타석이던 5회 밀어친 좌전안타를 생산해냈다. 1루에 도착한 팔카는 강명구 코치와 대화하며 밀어친 안타 생산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이날 경기 후 "현재 몸 상태는 60% 정도"라고 밝힌 팔카는 "오늘 경기에서 마지막 세 타석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타석에서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적응해 가고 있음을 암시했다.
4일 두산전에서도 2회 두번째 타석에서 유희관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바깥쪽 직구를 밀어 좌익수 쪽 2루타를 날렸다.
밀어친 장타가 나오기 시작하자 상대 투수들이 부담을 가지기 시작했다.
쉽게 승부하지 못했다. 두 타석 연속 볼넷으로 출루했다. 팔카의 장타에 대한 상대 배터리의 두려움. 삼성이 가장 바라는 그림이다.
팔카 쪽에서 장타와 출루가 꾸준히 이어지면 아래 위로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실 팔카의 밀어치기는 생소한 일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시절 당겨치기 일변도의 타자는 아니었다. 빅리그 2년간 기록한 29홈런 중 13홈런이 밀어서 친 좌중월 홈런이었다. 무려 45%의 확률.
S존 좌우 폭이 넓은데다 몸쪽 공에 후한 KBO리그 적응을 위해 미국에 있을 때 보다 홈플레이트에서 더 많이 떨어져 서면서 스윙궤적이 변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침묵에서 벗어났지만 팔카는 아직까지는 정상이 아니다.
타이밍이 완전치 않고, 여전히 코너 대응에 대한 부담도 있다. 실전감각이 하루 아침에 100%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밀어친 장타가 나오기 시작하면 상대는 리그 최고의 거포를 상대로 결코 쉽게 공략할 수 없다. 그러다 보면 실투가 나온다.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한 준비 과정이 중요하다.
허삼영 감독은 지난 3일 팔카에 대해 "신체적인 준비는 다 돼 있다. 결국은 감각적인 부분과 한국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관건이다. 상대 투수가 팔카에 대해 어떤 패턴을 가져가는지 이해해야 한다. 패턴 변화를 감지하는 것만 숙지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시간은 팔카의 편이다. 경기가 거듭될 수록 심판존과 상대투수에 대한 대응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팔카의 장타가 펑펑 터지는 순간, 최후의 반격을 준비하는 삼성의 희망이 한 뼘 커질 수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