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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리포트]챔피언스필드 개장 첫 DH, KT-KIA 7시간 혈투 '장군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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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코로나 시대의 KBO리그에서 더블헤더-서스펜디드 경기는 어느덧 일상이 됐다.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도 개장 6년 만에 첫 더블헤더가 펼쳐졌다. 30일 열린 KT전은 2014년 개장 이후 첫 더블헤더였다. 개장 첫 해 열린 올스타전에서 퓨처스(2군)-1군 올스타의 더블헤더 승부가 펼쳐질 뻔했지만, 비로 무산된 바 있다.

KIA도 안방에서 치르는 더블헤더가 어색하긴 마찬가지. 무등구장 시절인 2012년 9월 14일 롯데전이 안방에서 가진 마지막 더블헤더였다. 가장 최근 더블헤더는 2018년 10월 6일 인천 SK전. 2년여 만에 하루에 두 경기를 소화하게 됐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시절인 지난해 더블헤더를 경험한 바 있다. 미국에선 보통 1년에 한 두번 정도는 (더블헤더가) 있었던 것 같다"며 "정말 긴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웃었다.

KT는 올해 유독 더블헤더 편성이 잦았다. 6월 13일 대구 삼성전, 25일 수원 NC전에서 각각 더블헤더 승부를 펼친 바 있다. 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1차전을 내주고 2차전을 이기는 패턴이 반복됐지만, 이 과정에서 주전들의 체력소모가 컸다. KT 이강철 감독은 "올해 계속 그렇게 되더라. 생각지도 않은 비 때문에 고생했다. 두 번의 더블헤더 모두 주전을 다 쓰면서 어렵게 풀어갔다"며 "어제 비가 온 게 좋게 생각하면 휴식이지만, 오늘 한꺼번에 두 경기를 치러 피로도는 마찬가지"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과만 좋다면 다 좋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힘든 일정이지만 두 팀 모두 승리라는 목표를 양보할 생각은 없었다. KT가 5위로 7위 KIA를 앞서고 있었지만, 격차는 불과 1.5경기. 더블헤더 두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도 있는 중요한 승부였다. KT는 29일 선발 예고했던 윌리엄 쿠에바스를 더블헤더 2차전 선발로 돌리는 대신,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먼저 등판시키는 승부수를 택했다. KIA는 김기훈-이민우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순리대로 가는 쪽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 감독은 "평상시라면 편하게 하겠는데, 순위가 바뀔 수 있는 더블헤더 아닌가"라며 "내가 말을 안해도 선수들이 중요성을 알지 않을까. 데스파이네가 첫 경기에 나서는 의미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감독 역시 "KT에서 선발을 바꿔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며 "더블헤더는 아무래도 다음 경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치르기 때문에 벤치의 판단이나 결정이 좀 더 일찍 나오는 감이 있다. 1차전에서 승리 가능성이 보인다면 확실하게 잡고 나가는 것도 맞는 방법"이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KT가 먼저 웃었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3회초까지 김기훈을 두들겨 6점을 선취, 주도권을 잡았다. KIA는 3회말 데스파이네로부터 4점을 얻으며 추격에 나섰지만, 이후 실책과 타선 침묵 속에 결국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1차전은 KT의 8대5 승리.

2차전에서도 KT는 1회와 3회 각각 2점씩을 뽑으면서 순항했다. 하지만 안방 연패 위기에 몰린 KIA의 집중력은 또다시 빅이닝으로 연결됐다. 0-4로 뒤지던 5회말 쿠에바스로를 상대로 타자 일순, 대거 6득점 하면서 순식간에 승부를 뒤집었다. KT는 7회초 강백호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붙은 뒤 잇달아 역전 기회를 잡았지만, KIA 홍상삼에 막혀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KIA는 8회말 2사 1, 2루에서 대타 김호령이 쐐기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7대5로 승리했다.

7시간을 넘긴 양팀의 더블헤더는 결국 '장군멍군'으로 마무리 됐다. 내심 스윕을 바랐던 KT에겐 아쉬움, 연패 벼랑 끝에서 1승을 건진 KIA에겐 안도의 한숨이 남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