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블랙팬서 포에버!'
주먹을 쥔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끌어올려 'X'자로 교차해 붙이며 외친다. '와칸다 포에버!' 마블 코믹스의 만화 원작의 헐리우드 영화 '블랙 팬서'에서 와칸다 왕국의 젊은 국왕이자 슈퍼 히어로인 '블랙 팬서'를 연기한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전 세계에 유행시킨 명대사이자 '와칸다식' 인사법이다. 그런데 강력한 힘과 불굴의 의지로 악당을 물리치던 슈퍼 히어로도 암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보스만은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LA자택에서 대장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
그러자 보스만을 추모하는 흑인 스포츠 스타들의 '와칸다 포에버' 추모 세리머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마블 최초의 '흑인 슈퍼 히어로'인 블랙 팬서를 연기한 보스만의 사망을 추모하는 동시에 올해 초부터 불거진 흑인 인권운동 'Black lives matter'의 맥을 이어가는 행위로 해석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의 피에르 에머릭 오바메양과 미국 프로농구(NBA)의 간판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LA 레이커스) '와칸다 포에버' 세리머니를 했다. 또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보스만에 대한 추모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오바메양은 30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0 잉글랜드축구협회(FA) 커뮤니티 실드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 전반 12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이 경기는 전후반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 끝에 아스널의 우승으로 끝났다. 오바메양은 전반 선취골을 넣은 뒤 주먹 쥔 양손을 가슴 앞에서 교차하며 '와칸다 포에버' 세리머니를 했다.
NBA에서도 '와칸다 포에버' 세리머니가 나왔다. 제임스를 필두로 한 LA 레이커스 선수들은 이날 미국 플로리다 레이크부에나비스타의 어드벤트헬스아레나에서 열린 포틀랜드와의 서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코트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와칸다 포에버' 세리머니를 하며 보스만의 사망을 애도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보스만이 세상을 떠난 날은 그가 '블랙팬서'가 되기 전인 2013년에 출연한 영화 '42'에서 연기한 재키 로빈슨을 기념하는 '재키 로빈슨 데이'이기도 했다. 로빈슨은 흑인 차별이 만연한 1940~1950년대 메이저리그에서 흑인 선수의 한계를 무너트린 전설적인 선수다. 그의 등번호 '42'는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영구결번으로 지정돼 있다.
원래 로빈슨의 메이저리그 데뷔날인 4월 15일이 '재키 로빈슨 데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늦어지면서 8월 29일로 미뤄졌다. 이날 경기에선 모든 선수들이 등번호 42번을 단다. 42번을 단 메이저리거들은 '재키 로빈슨'을 기억하며, 동시에 그의 모습을 열연한 보스만을 추모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우리는 보스만을 잃어 충격에 빠졌다. 그는 영화 '42'에서 로빈슨을 연기하면서 세대를 넘어 그의 이야기를 전달해줬다'고 추모했다. 앤드류 매커친(필라델피아 필리스)은 2013년 피츠버그 시사회에서 만난 보스만을 떠올리며 "당신은 그 자리에서 '나는 여기 있는 운동 선수들에게 반한 사람들 중 한 명'이라며 겸손했었다. 당신이 많이 그리울 것이다"라고 전했다. LA 다저스 구단도 공식 SNS을 통해 '로빈슨 역할을 완벽히 해낸 당신을 잊지 못할 것이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