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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저도 있어요!" 선발 기회만 잡으면 돌변하는 두산 '영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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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 선발 투수들이 2명이나 전력에서 빠져있는 위기 상황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투수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벌써 여러명의 투수들이 미래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22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두산 베어스의 선발 투수는 김민규였다. '깜짝' 등판이다. 1999년생 프로 3년차인 김민규는 2018년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아 두산에 입단했다. 올 시즌 전까지는 1군 기록이 2경기에 불과하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8년 1경기에 나왔지만 1⅓이닝 2실점을 기록한 게 유일한 등판이었고, 지난해에도 1경기 2이닝 무실점이 전부.

하지만 올 시즌은 확실히 다르다. 젊은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싶다는 코칭스태프의 뜻에 따라 김민규에게도 이른 기회가 주어졌다. 김민규는 1-2군을 오르내리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아직 필승조로 중요한 상황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추격조로 경기 후반 깔끔한 마무리를 맡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그런 김민규에 대해 "공 자체가 괜찮고 제구력이 있는 투수다. 슬라이더도 좋다. 다만 아직은 어려서 기복이 있다. 좋은 모습이 꾸준히 나와야 좀 더 긴장감 있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데 기복이 있는 편"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김민규에게 선발 기회가 주어졌다. 최원준, 이승진이 선발로 투입됐고 추가 대체 선발이 필요한 상황에서 김민규가 중책을 맡았다. 결과는 대성공. SK 타선을 상대한 김민규는 5이닝동안 단 1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3탈삼진 5볼넷 무실점으로 데뷔 첫승을 거뒀다. 볼넷이 다소 아쉬웠지만, 긴장감 넘치던 1회에 3개를 허용한 것 외에는 큰 위기 없이 깔끔하게 임무를 다 했다. 2회부터는 선배 투수들 못지 않게 경기 운영이 안정적이었다. 주자가 있는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다음 아웃카운트를 잡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8월 2일 NC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거뒀던 김민규는 데뷔 첫 승리까지 올리며 개인 성적표를 채워갔다.

김민규 뿐만 아니라 올해 두산의 젊은 투수들이 선발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롱릴리프였던 최원준은 선발일때 안정감이 더 좋아 당당히 자리 하나를 꿰찼고, 이승진도 이적 이후 선발로 뛰면서 훨씬 더 좋아졌다. 구속까지 상승했다.

선발로 가능성을 남긴 박종기와 조제영 그리고 김민규까지. 한번씩 기회를 받은 투수들까지도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을 때 눈빛까지 달라지는 모습이다. 감독과 코치들에게는 흐뭇한 장면이다. 불펜에서 혹은 그동안 2군에 있어 1군에서 주목받을 기회가 없었던 젊은 투수들에게 책임감을 맡길 수록 당당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팀의 미래가 될 자원들이기도 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