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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고유민 유족 기자회견 "현대건설 구단의 의도적 따돌림과 '사기 갑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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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 5월 31일 세상을 떠난 전 현대건설 배구단 소속 故고유민의 유족 측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했다. "고유민이 새상을 떠난 이유는 악성 댓글이 아니라 구단의 의도적 따돌림과 '사기 갑질'이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고유민의 어머니와 동생,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박 정 의원, '사람과 운동' 대표 박지훈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유민 유족 측은 "고인의 스마트폰과 태블린 PC 포렌식을 한 결과 악성 댓글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코칭스태프의 따돌림과 훈련 배제로 고통받아왔고 이후 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힘들어했다"고 이야기했다.

유족 측은 "현대건설에서 뛸 당시 고유민은 가족, 동료들과 나눈 SNS 메시지에서 일관적으로 '감독이 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훈련을 제대로 시키지 않고 배제한다'고 불안감을 호소해왔다"면서 "리베로 전향 이후에도 거부감보다 책임감을 나타냈지만 훈련 배제가 이어지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고 전했다.

특히 "같은 구단에서 뛴 한 선수가 숙소에서 자살 시도를 한 것을 목격하면서 고유민이 구단으로부터 미운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고유민이 해당 선수를 적극적으로 감싸며 용기를 북돋아주려고 노력한 게 오히려 코칭스태프가 마뜩잖게 생각했다는 게 부연 설명이다.

또 계약 해지 과정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을 짚었다. 고유민과 현대건설이 3월 31일 상호 협의 하에 계약 해지 합의서를 작성했고, 유족 측은 이날 기자회견 종료 후 복사본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계약 해지 합의서'에는 2020년 2월까지 급여를 지급한다는 내용과 구단주 그리고 선수의 서명이 담겨있다.

유족 측은 "고유민이 수면제를 먹을 정도로 괴로워하는 것을 알면서도 구단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구단에서 '트레이드를 시켜주겠다'고 이야기 해놓고 '선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요구했다. 선수는 구단의 말만 믿고 사인을 했지만, 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5월 1일 일방적으로 임의탈퇴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계약 해지는 말 그대로 더이상 소속 구단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미 현대건설 선수가 아닌데 임의 탈퇴를 시킬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의 탈퇴로 묶으면서 '선수 죽이기'를 했다. 현대건설 구단이 배구연맹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고유민은 잔여 연봉도 받지 못한 채 임의 탈퇴 족쇄에 묶여 절망의 나날을 보냈다. 구단이 '훈련 태만'을 계약 해지 이유로 들었는데, '훈련 태만'은 구단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선수를 임의 탈퇴로 묶어놓고 다른 곳으로 이적할 수 없게끔 하는 선수를 기만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고유민의 모친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우리 딸이 눈도 감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얼마나 하고싶은 말이 많으면 그랬겠나.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싶다"며 자식 잃은 심경을 밝혔다.

여의도=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