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박규영(28)이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치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규영은 2016년 웹드라마로 데뷔한 신예 배우. JTBC '솔로몬의 위증'(2016), SBS '수상한 파트너'(2017),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7), KBS2 '추리의 여왕'(2018), JTBC '제3의 매력'(2018),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2019), SBS '녹두꽃'(2019)에 이르기까지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종영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조용 극본, 박신우 연출)에서 박규영은 괜찮은 정신병원의 7년차 간호사 남주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문강태(김수현)와는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1년 가까이 함께 근무하며 친해졌고, 마음 역시 키웠지만 결국 단념하게 된 인물. 여기에 동창이던 고문영(서예지)과도 악연의 동창으로 얽히며 극을 탄탄하게 받쳤다. 소심해보이는 남주리를 '지킬앤하이드'로 만든느 것은 바로 술. 알코올이 그의 또 다른 자아를 튀어나오게 만들어 색다른 캐릭터를 완성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최종회에서는 문강태(김수현), 고문영(서예지), 문상태(오정세)가 각자의 자리에서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문상태는 이날 문강태, 고문영과 함께 캠핑카 여행을 떠났다가 '작가'라는 자신의 길을 찾아 독립하는 엔딩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또 남주리는 새 인연인 이상인(김주헌)과 러브라인을 예고하며 박수를 받았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최종회 7.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박규영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을 만나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규영은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보내며 "너무 아쉽다. 16부까지 시간이 빨리 가서 아쉽고 주리를 보내기가 힘들다. 너무 애정이 많은 역할이기도 했고, 드라마를 보면 각자 아픔이 있었는데, 치유가 되는 것을 보는 게 좋았다. 더 그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박규영은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다. 김주헌 선배님도 너무 좋은 분이고, 상인 대표님도 따뜻한 분이고 사랑을 주실 것 같은 분이기 때문에 주리에게 좋고 만족하는 엔딩이다. 손가락을 살짝 걸었던 것이 드디어 마음을 열었다는 표현을 귀엽게 한 것 같다"며 엔딩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박규영이 연기한 남주리는 극 초반 '비호감'으로 보이기도 했던 인물. 박규영은 시청자들의 편견에 대해 "주리가 사이코라기보다는 남들에게 미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혼자 절제하고, 엄마랑 편하게 있을 때만 본심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이중인격처럼 보여서 그렇게 보시는 분들도 있던 거 같은데, 뒷 부분에서는 주리가 사랑도 받고 화해도 하고 부드러운 관계가 되면서 귀여운 부분도 나온 거 같았다. 그래서 뒷 부분에서는 시청자 분들도 많이 응원을 해주셨다"고 했다.
박규영은 이어 "(시청자들의 '비호감' 반응이) 아주 속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싫어한다고 하시면 마음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캐릭터가 괜찮게 보이는 건가'하는 의문도 갖게 됐다. 그런데 뒤에서는 많이 응원도 해주시더라"고 말했다.
박규영은 자신이 연기한 남주리의 사연에 대해서도 "주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래서 본인이 강하게 서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있는 아이다. 그러려면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면 좋고, 미움받지 않으면 좋다 보니, 약간 포장된 행동이나 말이 나오는 거 같았다. 그래서 그런 게 조금 아픔이 아닐까 싶다. 그런 걸 '쉴 수 있는 구멍'이 되는 것이 바로 술의 힘을 빌리는 거였다. 사실 미움받을 용기가 없는 것이, 어릴 때 따돌림을 당한 기억도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박규영이 연기하는 남주리를 단번에 호감으로 바꾼 것은 바로 '주정'연기. 박규영은 "엄마 앞에서 우는 장면에서 1차적으로 많이 깨졌고, 뒤에서 확 깨진 장면이 바로 술 취한 장면이었다. 취한 장면을 참 재미있게 찍었다. 저는 사실 술에 취하면 주사가 심하지 않고 술을 잘 못 마셔서 금방 빨개지는 타입이고 그냥 취하면 많이 웃고 졸린 정도다. 그런데 이번에는 행동을 크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냥 해버리고 저질러버린 것"이라며 "누군가를 참고한 것이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그대로, 나오는 그대로 해봤다. 플라스틱 테이블에 머리를 '쿵' 찍은 것도 소리만 컸지 크게 아프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해본 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남주리에 크게 공감한 부분을 묻자 박규영은 "주리가 엄마한테 속상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는 장면이 있는데, 이불 속에서 저도 그랬던 것 같다. 부모님께 티는 안 나지만, 속상한 것. 고이고이 담았다가 엄마한테 얘기하거나 그런다. 그런 모습이 마음이 갔다"고 말했다.
박규영은 특히 연출과 대본에 대한 큰 만족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을 너무 좋아하는 감독님이다. 섬세함이 작용을 많이 했다. 연기할 때는 디렉션이 섬세하고 사소하고 좋았는데 집에서 모니터를 할 때에는 화면으로 보는 재미도 있고 그랬다. 마지막 촬영에 상인이랑 새끼손가락 정도를 잡는다고 대본에 돼있었는데 감독님이 '이걸 이렇게 하면 귀엽겠다'며 장면을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섬세하게 나노단위로 연출하는 분이구나' 싶었다"며 엄지를 들었다.
조용 작가의 대본에 대해서도 박규영은 "글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이야기가 특이하지 않나. 초반부 대본만 받았을 때도 특이하고 신선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어려웠다기 보다는 제가 미스터리해보였다고 하니 그 반응들도 신기하더라. 시청자 분들이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박규영이 가장 충격을 받은 장면은 장영남의 반전. 장영남은 극중 수간호사로 위장한 고문영의 진짜 엄마 도희재(장영남)으로 분해 소름 돋는 연기를 펼쳤다. 박규영은 "장영남 선배와 많이 붙어서 연기를 했었다. 그래서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는데 아무래도 스포가 될 수 있다 보니 공공연히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선배님과 연기를 하는데 한 대사를 치시자마자 '도희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간호사님과 같이 병원에서 계속 일을 했는데,이제 도희재는 어떻게 그리실지 모르니 궁금했고, 현장에서 보지 못하고 방송으로 봤는데 너무 소름이 돋는 거다. CCTV를 보며 싹 웃으시는데 그게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방송을 보는데 너무 무서웠고, 그 장면이 유난히 무서웠다"고 밝혔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박규영에게 '치유'가 된 드라마. 박규영은 "치유가 많이 됐고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교류했다. 방송을 보고도 제 캐릭터가 아닌데도 강태와 상태(오정세)가 성장하고 각자의 길로 가는 걸 보면서 울기도 했다. 너무 좋았다"며 "시즌2를 만약에 하게 된다면 상인과의 러브라인을 더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고, 어머니(김미경)와 오지왕(김창완) 선생님의 러브라인도 궁금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규영은 최근 새 드라마 '스위트 홈'의 촬영을 마쳤으며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