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한 달 하고도 보름 걸렸다. 지난 6월 17일 인천 유나이티드전 승리 이후 리그 6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던 광주가 지난 1일 인천을 다시 한번 잡으면서 무승의 늪에서 벗어났다.
인천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며 울먹거리는 광주 박진섭 감독의 모습에서 광주가 얼마나 절박하게 이 경기를 준비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광주 주장 여 름은 2일 "몇몇 선수들도 울먹거렸다. 저 역시 그랬다. 가뭄에 단비 같은 승리"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개막 이후 3연패한 뒤 다시 3연승했던 광주는 1부의 높은 벽을 실감한 채 계속해서 미끄러졌다. 지난달 25일 광주축구전용구장 개장경기였던 수원 삼성전에서 내용과 결과(0대1 패)를 모두 잡지 못했다. 그 뒤 절망, 자책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더 추락할 수 없었다. 훈련 분위기부터 바꿨다. 주전과 비주전으로 나누는 자체 미니게임을 짧게 진행하고 레크리에이션을 가미한 훈련 시간을 늘렸다.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다. 여 름은 "코치님들의 아이디어다. 다시 분위기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돌아보면 광주는 이러한 '팀 스피릿'을 앞세워 지난 시즌 1부로 승격했다. 객관적 전력의 열세를 조직력과 투지로 극복했다.
1부는 2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실력 있는 선수들이 많은 무대. 힘 대 힘으로 싸웠다간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선 다시 뭉쳐야 했다. 고참급 선수들부터 이를 악물었다. 올시즌 다소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은 핵심 미드필더 여 름과 부상으로 제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 윙어 윌리안, 포텐이 터질 듯 터지지 않은 엄원상 등이 '미친듯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앞선 3경기에서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상주 상무와 같은 강호들의 발목을 잡은 인천은 자신들보다 더 간절하게 뛰는 광주 선수들 앞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반 23분 인천 플레이메이커 아길라르에게 선제골을 내준 광주는 후반 28분 엄원상의 동점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후반 42분과 추가시간 엄원상과 펠리페의 연속골로 3대1 대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6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전에 이어 후반 3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4승 2무 8패 승점 14점이 되며 최하위 인천(5점)과의 승점차를 9점으로 다시 벌리는 한편, 상위권을 넘볼 위치까지 다시 올라섰다.
이날 승리에 쐐기를 박은 펠리페는 자신이 왜 지난시즌 K리그2에서 '괴물' 공격수로 불렸고, 1부의 일부 구단에서 러브콜을 보냈는지를 다시금 증명했다. 그의 왼발을 떠난 공은 골문 좌측 하단에 정확히 꽂혔다. 7호골이다. 펠리페는 인천(2경기), 부산, 수원 등 광주가 승리한 모든 경기에서 결정적인 골을 넣었다. 펠리페의 골은 광주 팀득점(13골)의 절반을 넘어섰다. 의존도에 대한 우려, 계속된 출전으로 인한 부상 우려가 있지만, 타고난 체구와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이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올시즌 14경기 중 13경기에서 풀타임을 뛰고 나머지 1경기에선 후반 40분 교체아웃됐다.
펠리페는 하위 스플릿에 속한 팀 중 유일하게 득점 상위권에 랭크했다. 1일 현재 주니오(울산, 18골) 일류첸코(포항, 10골) 세징야(대구, 8골)에 이은 공동 4위다. 같은 하위권에 위치한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사는 존재다. 광주는 '복덩이' 펠리페와 '광주다움'을 앞세워 상위 스플릿을 향해 달린다. 여 름은 "광주는 매경기 120% 전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팀"이라며 "남은 시즌 멋지게 도전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