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이래서 첫 인상이 중요하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의 주장이다.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바람에 지금의 활약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라모스는 부상 이전과 이후가 전혀 다른 선수다. 그는 허리 부상 때문에 라인업에서 제외된 6월 12일 이전 32경기에서 타율 3할7푼5리(112타수 42안타), 13홈런, 31타점, OPS 1.210, 득점권 타율 4할2푼3리(28타수 11안타)를 기록했다. 당시 홈런 1위였고, 장타율과 OPS는 2위, 타점은 공동 4위, 득점권 타율 공동 7위였다. LG 구단 역대 최강의 외인 타자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허리 부상에서 벗어난 6월 18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에는 35경기에서 타율 2할5푼2리(135타수 34안타), 6홈런, 16타점, OPS 0.761, 득점권 타율 1할9푼4리(31타수 6안타)를 마크했다.
부상 이전과 이후 비슷한 경기수를 소화했는데, 홈런과 타점은 절반 수준 밖에 안되고, OPS는 같은 기간 전체 타자들 평균(0.767)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득점권 타율이다. 이 기간 규정타석을 채운 63명 가운데 58위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러하니 라모스에 대한 류 감독의 평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류 감독은 이와 관련해 "라모스가 초반에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놨다. 지금 (활약을)깎아 내릴 수는 없다"라면서도 "상대가 어떻게 던지는 지 대처하는 문제다. 초구를 무엇을 던지고, 그 다음에 무슨 공을 보여준 뒤 결정구를 무엇을 던지는 지 수싸움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그걸 넘어야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류 감독은 이어 "타자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 존이 큰 선수는 상관없다. 지금 타격코치를 하고 있는 이병규는 선수 시절 스트라이크존이 컸다. 낮게 오든 높게 오든 맞히는 능력이 있으니 좌우로 안타를 만들어냈지 않나"라고도 했다. 라모스는 스트라이크존이 제한적인 타자라는 이야기다.
실제 라모스는 스트라이크존을 좁게 가져간다. 선구안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벗어나는 공에도 웬만하면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에는 여지없이 휘두른다. 다만 부상 이전에는 정타가 많았던 반면 지금은 빗맞거나 헛스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라모스는 4번 타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28일 SK 와이번스전부터 6번에서 치고 있다. 부담을 덜고 편하게 치라는 배려다. 다행스럽게도 타순을 바꾼 이후 5경기에서 타율 3할5푼(20타수 7안타), 2홈런, 6타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나타냈다. 부상 이전 만큼은 아니더라도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라모스는 최근 타순 변경에 관해 "4번을 치든, 6번을 치든 그것은 나와 상관없다. 감독님이 정해주시는 대로 치면 되고, 팀 승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타격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라모스는 2일 현재 타율 3할8리(247타수 76안타), 19홈런, 47타점, OPS 0.969를 기록중이다. 홈런 부문 공동 2위, 타점은 17위다. 초반에 '벌어 놓은 것'이 많을 뿐 좀더 분발이 필요하다는 게 류 감독의 바람이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