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변이다. 올해 청룡기에서는 앞서 32강전 덕수고에 이어 이번엔 서울고까지, 우승후보들이 잇따라 '콜드패'로 침몰하고 있다.
고교 선수들은 신체 밸런스도, 정신적 강인함도 아직 갖추지 못했다. 거물급 유망주라 한들 남다른 구위의 직구를 지녔지만 제구가 불안하거나, 거포 잠재력을 지닌 큰 체격의 중심타자도 정교함이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다.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5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16강전 첫날 경기에서는 지역 라이벌간의 맞대결이 시선을 끌었다. 지난 주말리그 후반기 서울A·B 권역에서 나란히 7전 전승을 기록한 서울고와 신일고, 충청권을 대표하는 야구 강호 북일고와 세광고가 맞붙었다.
서울고와 신일고는 모두 서울을 대표해온 전통의 야구강호들이다. '리틀 구대성'으로 불리는 이병헌과 서울 지역 프로팀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되는 최우인, 내야수 겸 투수 안재석 등 탄탄한 투수진을 구축한 서울고의 전력이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두 팀의 맞대결은 타격전 끝에 뜻밖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신일고는 서울고를 상대로 홈런 2방 포함 장단 11안타에 9개의 4사구를 더해 13대3, 6회 콜드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청룡기 규정상 5~6회 10점 차이, 7~8회 7점 차이가 나면 콜드게임. 강속구로 이름난 이병헌과 최우인은 제구 불안을 드러냈고, 안재석은 1⅔이닝 동안 7안타 5실점으로 난타당했다.
초반은 양보없는 타격전이었다. 1회초 신일고 주장 김휘집의 솔로 홈런이 터졌고, 서울고는 2회말 김재중의 투런 홈런으로 맞섰다. 5회초 대타 김재두의 3점 홈런이 이날 경기의 분수령이 됐다. 김재두는 주말리그 후반기 타율 1할3푼3리(15타수2안타)에 그쳤던 선수. 하지만 김재두는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때려내며 이날의 영웅이 됐다.
신일고는 6회 김태현과 대타 목지훈의 2타점 적시타를 쏟아내며 13대3을 만들었다. 신일고 지명성은 6회를 삼진 2개 포함 3자 범퇴로 마무리, 콜드게임을 완성했다.
장종훈과 송진우를 배출한 세광고, 이상군 한용덕 김태균의 모교인 천안북일고는 각각 충북과 충남을 대표하는 야구 명문교다. 북일고는 1회말 선취점을 뽑았지만, 이어진 2사 1, 2루, 3회 1사 만루 찬스에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그 사이 세광고는 5회초 최준이의 2타점 2루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어 6회 허성우의 적시타, 7회 상대 송구 실책을 틈탄 과감한 주루로 1점씩을 추가했다.
북일고는 9회 문현빈과 박찬혁의 적시타로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병살타성 타구를 세광고 유격수 이영빈이 놓치는 행운도 따랐다. 하지만 마지막 1사 1, 3루 찬스에서 결국 병살타가 나와 8강 문턱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장충고는 세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해 5⅓이닝 동안 1실점으로 막아낸 박상언의 호투을 발판삼아 장안고에 5대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최상위픽으로 점쳐지는 장안고의 신범준은 이날 6회 1사 후 구원등판, 우타자 몸쪽 꽉찬 150㎞ 직구를 던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뒤이은 7회 초 수비에서 선승준의 희생번트를 제외하면 5연속 볼넷으로 2연속 밀어내기를 자초, 역전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장충고는 뒤이은 박건우의 2타점 적시타를 묶어 7회에만 4점을 따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순천효천고는 3⅔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한 김대훈을 앞세워 진영고에 12대2, 5회 콜드승을 거두고 8강에 합류했다. 진영고는 1대4로 뒤지던 5회초 수비에서 3연속 밀어내기 포함 8실점하며 무너졌다.
지난 28일 32강전에서는 '157㎞' 광속구 투수 장재영과 고교 타자 최대어 나승엽을 보유한 '우승후보 0순위' 덕수고가 대구고에 2대9, 7회 콜드패를 당해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목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청룡기 고교야구 기록실(30일·목)
▶16강전
세광고 4-3 북일고
신일고 13-3 서울고(6회 콜드)
장충고 5-3 장안고
순천효천고 12-2 진영고(5회 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