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안일한 처신의 대가는 혹독했다.
롯데 자이언츠 포수 지성준이 결국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상벌위원회는 미성년자 강제 추행 의혹 등 부적절한 사생활 문제를 일으킨 지성준에게 야구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라 72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KBO 상벌위 처분 전까지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던 롯데도 징계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는 쪽을 택했다. 단순 계산으론 롯데가 정규시즌 3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복귀가 가능하다. 하지만 성추문에 연루됐던 지성준을 롯데가 징계 종료 직후부터 곧바로 활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지성준은 구단 자체 징계 이후 상대방과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고발 등 상대방의 법적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앞서 성폭행 추문에 휩싸였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박동원-조상우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사회봉사활동 처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KBO 상벌위는 예상을 뛰어넘는 무거운 징계를 택했다.
일각에선 지성준의 징계를 두고 과한 처분 아니냐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선수 간 폭행-동료 음주 및 무면허 운전 방조 행위로 상벌위에 함께 회부된 SK 선수들이 각각 30경기, 15경기 출전 정지 및 벌금 처분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이미 문제를 해결한 지성준에게 내려진 처분은 가혹하다는 것. 그러나 KBO 상벌위는 문제 해결 여부와 관계없이 성추문, 그것도 미성년자와 엮인 지성준의 행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봤다.
지성준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는 포수 문제 해결을 위해 선발 투수 장시환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그를 데려왔다. 뛰어난 타격 능력과 수비 잠재력 등 지성준의 재능에 건 기대가 그만큼 컸다. 롯데 팬들 역시 지성준의 활약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성준의 개막엔트리 합류가 불발되고 2군으로 향할 때도 응원의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지성준은 이런 믿음과 기대를 저버렸다. 사적인 감정에 치우쳐 프로 신분을 망각한 처신을 했다. KBO리그 모든 구성원 뿐만 아니라 팬들까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외부 활동 자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철저히 지키는 상황에서 지성준의 일탈을 향한 배신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성준의 이탈로 롯데는 남은 시즌 1군 포수 전력을 마땅한 백업 없이 김준태-정보근 만으로 꾸려가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
이제 다시 공은 지성준에게 왔다. 지성준은 이번 징계로 남은 기간 자숙과 개인 훈련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스스로 몸을 만들고 기량을 유지해야 하는 길고 긴 싸움의 시작이다. 징계 기간을 채운 뒤 정상 복귀 여부는 여전히 물음표다.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철저한 반성은 기본. 이전보다 성숙한 행동, 발전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가 롯데에서 꿈꿨던 야구 인생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지성준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롯데 팬들을 처음 뵙는 날을 상당히 기대 했다. 사직구장, 부산의 분위기를 상상하곤 했는데, (개막 연기로) 답답한 것은 사실이다. 프로에 만족은 없지만, 적어도 올 시즌을 돌아볼 때 나 자신에게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시즌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활약을 다짐한 바 있다.
이번 징계 발표 후에도 대다수 롯데 팬들은 지성준을 향해 비난 대신 응원을 보냈다. 지성준이 이런 롯데 팬들의 믿음과 신뢰에 보답하는 길은 철저한 반성과 성찰, 피나는 노력 뿐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