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손님이 오셔도 걱정입니다."
K리그가 이번 주말(8월 1~2일)부터 제한적으로 관중 입장 시대를 맞았지만 구단들의 말못할 걱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매뉴얼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진행돼 왔던 K리그가 현장에서 축구팬을 만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때문에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들은 방역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철저하게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관중석 안전거리 지침을 추가 보완하는 등 곡절도 겪었다. 프로야구에서 지침대로 1m 이격거리를 두고 관중석을 운영했지만 이마저도 너무 근접해 보이는 바람에 파장이 있었다. 여기에 깜짝 놀란 K리그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은 보완책을 마련하고 이격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기로 했다.
일단 '급한불'을 껐지만 구단들 고민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연맹의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애매한 부분이 홈경기 운영 시 매점 운영 지침이다.
가이드라인에는 ▶매점 운영 여부는 구단 자율로 하되 물·음료 외 판매 금지 ▶매점 이용시 1m 간격 확보, 매점 운영 스태프 마스크·장갑 착용·손소독 수시 실시 ▶음료 판매 시 매점 스태프가 컵에 따라서 판매하는 행위 자제 등을 규정하고 있다. 관중석에서는 간단한 음료 외의 음식물 섭취를 금하기 때문에 주류·음식물 반입도 금지다.
입장 관중의 편의를 위해 간단한 음료수라도 판매하고 싶지만 현장 상황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게 구단들의 하소연이다.
대부분 K리그 경기장의 매점은 구단에 운영권이 없다. 관할 자치단체 소관이거나 위탁 개인사업자, 소상공인들이 생계를 위해 운영한다.
관중도 만원 기준 10%를 초과할 수 없다는 건 그만큼 손님이 없다는 의미다. 손님이 크게 줄었는데 물·음료만 판매하라고 하니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점 판매는 많은 관중이 모였을 때 음료를 비롯, 즉석식품 등 간단한 먹거리도 함께 팔아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 '반짝 장사'다.
한 구단 관계자는 "매점은 주인 혼자 운영하는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도 고용해야 한다. 매점 주인들에게 물어보니 인건비도 안나올 게 뻔한데 어떻게 문을 열겠느냐는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경기장 내 매점 9개를 보유한 수원월드컵경기장은 매점 개장을 포기했고, 매점 6곳이 있는 전주월드컵경기장도 개인사업자인 매점주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폐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매점을 열지 않으니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경기장 밖 푸드트럭이나 편의점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이 역시 걱정이다. 외부 푸드트럭이나 편의점 등을 이용하는데 대한 제한 규정은 따로 없다. 소비자(관중)의 자유로운 의사를 제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하프타임 등 휴식 시간 때 외부 음식을 이용하겠다는 관중이 잠깐 외출을 하겠다고 하면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 평상시에도 입장권을 보여주면 재출입이 가능하다.
외부에서 음식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코로나 유증상자와 밀접 접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라고 권유할 수는 있지만 관중과의 실랑이가 빚어질 우려도 크다.
온라인으로만 입장권을 판매토록하는 지침에도 맹점이 있다. 대인 접촉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인데 축덕카드나 군·경 할인의 경우 현장에서 관련 신분증 확인을 거쳐야 한다. 사실상 오프라인 현장 판매를 해야 하는 셈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코로나 예방 매뉴얼대로 따르고 싶지만 막상 관중 입장이 시작되면 현장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면서 "축구팬들께서 불편하더라도 너그럽게 양해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