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프로야구 무관중 시대가 막을 내렸다. 전체 좌석 10%의 제한적인 입장이지만, 야구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제한된 관중문화 체험 속에서도 '직관'을 선택한 10% '진짜 팬들'. 그들은 누구일까.
눈에 띄는 이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여성 팬들이다. 프로야구 관중문화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1980년대, 90년대 중년 남성 중심의 야구 응원문화는 기억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가족, 친구, 연인 중심으로 재편됐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프로야구 르네상스 시기에 젊은 팬들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여성 관중이 리그 흥행을 주도했다. 이들의 야구 열정은 남성 못지 않다. 여성팬들의 야구에 대한 지식, 문화에 대한 이해도, 프랜차이즈 충성도, 팬의식 등은 이미 진정한 야구팬 범주에 안착한 상태다.
지난 26일 관중 입장이 시작됐다. 잠실구장, 고척돔 등은 입장 첫날부터 매진을 달성했다. 마스크를 쓰고, 동행인과 떨어져 앉는 불편함, 음식물을 먹을 수 없다. 치맥과 육성응원이 사라진 적막강산 야구장. 섬처럼 홀로 앉아 오로지 야구 관전에만 집중해야하는 상황.
응원 풍경 변화는 야구 즐기기 문화도 통째로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10% 관중만 허용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열악한 응원 환경. 오히려 팬들의 열정은 더욱 빛나고 있다.
여성팬의 증가는 놀라울 정도다. 지난해 프로야구 관람객 성향 조사를 살펴보면, 남성이 52%, 여성이 48%를 차지했다. 2016년 여성 관람객 비중이 43%까지 증가한 데 이어 해마다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20대 여성이 19.8%로 가장 많았다. 20대 남성(16.2%)보다 오히려 높은 비율이었다.
올해도 많은 여성팬들이 코로나19를 뚫고 야구장을 직접 찾고 있다. 최근 홈 구장 관중 입장을 시작한 팀들의 예매 분포도를 보면 남성이 52.9%, 여성이 47.1%. 회원 예매의 경우 여성팬이 남성팬을 넘어서는 구단도 있었다. 여성팬들의 '티켓 파워'가 돋보였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 젊은 관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원 제한에도 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8일 친구와 사직구장을 찾은 여성팬 김수연씨(20)는 "원래 야구장에 오는 걸 좋아해서 코로나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렸다. 엄청 오고 싶었다. TV로 보는 것보다 여기 와서 실제로 보는 게 더 재미있다"면서 "일행끼리 떨어져 앉고 이런 부분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야구 외적인 볼거리는 줄었지만 상관없다. 야구 경기 자체에 대한 이해와 몰입도는 이미 남성팬, 여성팬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꾸준한 여성팬들의 증가로 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마케팅은 더욱 중요해졌다. 구단들은 수년째 여성 타깃 마케팅을 고민해왔다. '레이디스 데이'와 같은 이벤트는 정례화 됐다. 키움 히어로즈는 시즌 중 '레이디스 데이'를 개최해 여성팬들에게 티켓을 할인해준다. KIA 타이거즈는 레이디스 데이에 선수들이 핑크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개최한다. '핑크 파우치' 등 각종 선물도 전달한다.
한화 이글스는 여성팬들을 위해 '핑크 에디션'도 출시했다. 핑크 유니폼, 휴대폰 케이스등을 판매하며, 마스코트 수리 인형도 여성과 어린이 팬들을 타깃으로 판매하고 있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에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성팬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수도권 한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여성팬들이 많이 증가했다. 꼭 여성만을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에 많이 집중하고 있다. 가족 단위로 관람객 증가는 궁극적으로 여성 관람객 증가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구단의 재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 관중 입장 비중이 증가할수록 여성 '찐팬'들을 사로 잡을 획기적인 마케팅 고민이 절실해 졌다.부산=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