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이준기의 두 얼굴이 '악의 꽃'을 감쌌다.
29일 첫 방송된 tvN 새 수목드라마 '악의 꽃'(유정희 극본, 김철규 윤종호 연출)에서는 현재 차지원(문채원)과 가정을 이뤄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백희성(이준기)이 사실은 과거 살인 용의자로 수배 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안방에 충격을 안겼다.
이날 방송은 물속에 묶여 발버둥치는 백희성과 그를 구하려는 간절한 차지원의 애절한 수중키스로 포문을 열었다. 두 사람의 앞날에 어떤 일이 생기게 될지 궁금증을 남긴 강렬한 오프닝. 이후 가지처럼 뻗어나간 각 인물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줄기로 모아지며 촘촘한 뼈대를 구축했고, 여기에 눈동자의 움직임과 입가의 주름까지 연기한 이준기를 비롯해 극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려한 문채원, 그리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서현우(김무진)에 이르기까지 배우들의 열연 역시 '악의 꽃'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방송 초반 백희성과 차지원은 공방에서 입맞춤을 하며 달콤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다. 가족 모임에서도 두 부부는 화기애애했지만, 아내가 자리를 비우자 백희성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감정이 지워지고 싸늘함만이 남았다. 행복한 표정을 짓던 아들을 못마땅히 여겼던 공미자(남기애)는 "네 인생이 완전히 네 것 같냐"고 쏘아붙였고, 백만우(손종학)도 "특별한 감정이라도 생긴 게냐"라는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지며 가족간 미스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 가운데 18년 전 '연주시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 도민석과 그의 아들 도현수에 대한 자극적인 기사를 썼던 기자 김무진은 차지원의 남편이 도민석의 직업과 같은 금속공예가임을 알고 눈을 반짝였다. 이같은 우연은 시청자들까지 소용돌이치는 운명으로 이끌었다. 공방에 간 김무진이 백희성을 보고 "도현수"라고 부른 순간, 시청자들 역시 소름 돋는 전개에 몰입했고, 그동안 숨겨왔던 진짜 이름이 불리자 싸늘하게 식은 백희성의 표정에 입을 틀어막았다.
한편 차지원은 이날 열두 살 소년이 아빠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며 범인으로 지목했던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장막을 걷어낸 진실에는 불륜을 저지른 남편이 이혼을 위해 아내에게 영양제로 둔갑시킨 약물을 주입했고, 이를 눈치 챈 아들이 '아빠가 자신에게 나쁜 사람이면 엄마가 덜 슬플 것 같아서' 거짓말을 했다는 슬픈 반전이 숨겨져 있었다.
그러나 아내가 그 약의 정체를 알고도 묵인했을 것이라 짐작한 차지원은 "어떤 진실은 단 한 순간에 내 삶을 폐허로 만들어. 그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 언젠가 다가올 거라는 걸 알지만, 그 날을 하루만 더 뒤로 미룰 수 있다면"이라고 읊조렸다. 이는 도망치던 김무진을 무력으로 제압해 기절시킨 백희성의 모습으로 이어졌고, 마치 사랑하는 남편의 정체를 의심하고 진실을 추적하며 선택의 기로에 놓일 차지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특히 영상 말미 백희성과 차지원의 단란한 모습을 비추던 시선이 1층 공방과 바닥에 자물쇠로 잠긴 문 아래를 파고들며 지하실에 갇힌 김무진을 포착하는 등 유려한 카메라 워킹으로 그려진 감각적 연출이 그려졌다. 평범한 가정의 따스함과 그 아래 웅크린 공간 사이의 긴장감이 이어지며 예측 불가 전개를 예고했다.
시청률은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1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3.4%, 최고 3.7%를 기록했고 tvN 타깃인 남녀2049 시청률은 평균 2.0%, 최고 2.3%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유료플랫폼 전국기준/닐슨코리아 제공).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