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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진단]'몸값 40억' 오지환, 공수에서 존재감...FA 첫해 커리어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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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본지 '무로이 칼럼'의 저자 무로이 마사야씨는 지난 7월 1일자 칼럼에서 2010년 활약한 LG 트윈스 일본인 투수 오카모토 신야의 말을 빌어 LG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 실력을 언급한 적이 있다. 칼럼에서 오카모토는 "오지환은 10년 전 글러브 핸들링이 미숙했지만, 지금은 어른이 됐다"며 "오지환은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였지만 기술은 미숙했다. 선수 중에는 어렸을 때 많은 출장 기회를 받고 뛰면서 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지환이 그런 선수인 것 같다"고 했다.

오지환은 오카모토가 평가한 것처럼 올시즌 한층 농익은 수비 실력을 뽐내고 있다. 플레이는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고 평범한 실수가 잦았던 오지환이 이제는 수비에서 제법 '고단수'가 됐음을 오카모토가 인정하게 된 것이다.

LG 류중일 감독도 지난 5월 말 "나도 선수 때 타격이 좋지 않으면 코치들이 수비에만 집중하라고 했는데, 지금 오지환이 그런 상황 같다. 수비에만 집중해도 충분할 것 같다"고 칭찬했다. 당시 오지환은 타격 부진이 심했으나, 수비에서는 박수받을 만한 플레이를 잇따라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부진을 면치 못했던 타격에서도 긍정적이다. 찬스에서의 집중력과 영양가 등 팀 공헌도가 높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29일 인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오지환은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1도루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2할대 초반에 머물렀던 오지환의 타율은 어느 새 3할에 가까워졌다. 타율 2할9푼1리, 8홈런, 39타점, 43득점을 기록중이다. 이날 SK전까지 최근 13경기 연속 안타를 쳤고, 7월 들어서만 22경기에서 타율 3할4푼9리, 5홈런, 19타점, 18득점을 올렸다. 지난 14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주로 2번타자로 출전하고 있는 오지환은 테이블 세터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오지환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근 팀 타선이 찬스에 강한 모습이 나오니까 이병규 코치님이 많이 웃으신다"면서 "그동안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는 타이밍을 조금 빠르게 가져가려 한 것이 주효하고 있다"며 타격 향상 이유를 설명했다.

오지환이 공수에서 존재감을 발뤼하면서 그가 받은 몸값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오지환은 지난 겨울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한 달 넘는 줄다리기 끝에 LG와 4년 4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협상 막판 '백지위임'의 형식으로 구단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였다. 지난 겨울 FA 시장은 유난히 냉랭했다. 재정 악화 및 FA 계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구단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다. LG가 오지환에게 너무 좋은 대우를 해준 것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했다.

실제 오지환은 2009년 데뷔 이후 한 번도 타율 3할을 친 적이 없고, 주전이 된 2012년 이후로는 지난 8시즌 동안 7번이나 세 자릿수 삼진을 기록했다. 일방 장타는 갖고 있지만, 정확성이 떨어지고 삼진이 많았다. 수비에서도 가끔 나오는 '메이저리그급' 플레이보다는 잔실수가 부각됐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9시즌 동안 가장 않은 실책을 기록한 야수가 오지환이다. 이 기간 152개의 실책으로 2위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115개)보다 37개나 더 범했다. 실책수가 꼭 수비 실력을 말하는 건 아니지만, 불안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FA 계약 첫 해 오지환은 '몸값 거품'에 대해 그라운드에서 나름대로의 '답변'을 해나가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