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시즌을 치르다보면 흐름이라는 게 있다.
상승곡선을 탈 때도, 하락세를 그릴 때도 있다. 당연히 좋은 흐름은 이어가야 하고, 나쁜 흐름은 빨리 끊어야 한다. 25~26일 펼쳐지는 '하나원큐 K리그1 2020' 13라운드. 공교롭게도 상승세를 탄 팀은 상승세를 탄 팀과, 하향곡선을 그리는 팀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팀과 만난다. 순위도 한계단 차이인 팀간 맞대결이 몰렸다. 이번 라운드 결과가 중요한 이유다.
가장 눈길을 끄는 매치업은 25일 오후 7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리는 상주 상무-울산 현대전이다. 두 팀은 최고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3위 상주는 최근 6경기서 5승1무다. 당초 강등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상주는 3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최근 경기력을 보면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 수비는 탄탄하고, 역습은 빠르고 날카롭다. 상주는 이미 전북 현대까지 잡아낸 바 있어, 울산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을 듯 하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울산의 흐름도 인상적이다. 최근 3연승으로 전북을 따돌리고 승점 3 차 선두를 지키고 있다. 좋지 않을 때도 꾸역꾸역 승리를 추가하는 등 전에 없던 힘까지 생겼다.
상주가 승리할 경우, 양강 체제에서 3강 체제로 선두 경쟁이 재편되고, 울산이 이길 경우, 독주 체제를 갖추게 된다. 때문에 이번 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다.
25일 오후 7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성남FC-강원FC, 26일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진행되는 포항 스틸러스-인천 유나이티드전도 상승세 팀간의 격돌이다. 8위 성남-7위 강원은 비슷한 사이클을 갖고 있다. 나란히 상승세를 타다, 같이 하락세를 겪었고, 이제 다시 오름세다. 성남은 FA컵 포함 3경기 무패, 강원도 지난 라운드에서 울산에 패하기는 했지만 좋았을 때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김남일 성남 감독과 김병수 강원 감독 모두 베스트 라인업에 변화를 주며 흐름을 바꿨다. '빠다볼(성남)'과 '병수볼(강원)'으로 대변되는 두 팀 모두 상위스플릿을 바라보는 만큼 이번 결과가 중요하다.
4위 포항은 최근 5경기서 4승1무를 달리며 3위 상주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포항은 김기동 감독이 던지는 수마다 멋지게 적중하며, 되는 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팔라시오스 중앙 카드까지 적중한 포항은 팔로세비치가 부상 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어, 다양한 옵션을 손에 넣게 됐다. 인천은 만만치 않은 상주, 전북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며 분위기를 바꿨다. 가을에 볼 수 있는 '잔류DNA'가 일찌감치 폭발하고 있다. 포항의 기세가 좋지만, 흐름을 탄 인천은 언제나 무섭기에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반면 침울한 분위기에서 만나는 팀들도 있다. 26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나는 전북과 FC서울의 경기다. 전설매치로 대표되는 'K리그 명가'의 맞대결이지만, 양 팀 모두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다. 전북은 3경기 동안 승리가 없다. 매년 여름만 되면 최고의 폼을 보여주던 전북이었지만, 최근 기류는 다르다. 특히 공격이 문제인데, 조제 모라이스 감독이 공개적으로 "경기력이 좋지 못하다"고 인정할 정도. 바로우와 구스타보를 영입하며 공격진을 대폭 보강했지만, 이날 경기 출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최근 6경기에서 1승1무4패다. 수비가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김남춘이 경고 누적으로 빠지고, 윤영선 오스마르의 출전도 불투명하다. 이적시장 막판 기성용을 영입하며 분위기를 바꿨지만, 당장 출전은 불가능해 '키 효과'는 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역시 하락세를 겪고 있는 9위 광주FC와 10위 수원 삼성은 25일 오후 8시 광주전용구장에서 격돌한다. 두 팀은 나란히 5경기 동안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광주는 상승세를 타다 수비가 무너지며 주저 앉았다. 수원은 이임생 감독이 사퇴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주승진 감독대행의 첫 경기에서도 나아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 경기는 광주가 야심차게 준비한 전용구장에서의 첫 경기, 때문에 동기부여에서는 광주가 앞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