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데 불펜 투수 4명을 소모했다. 그 사이 7점차 리드는 허공으로 날아갔다.
2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KT 위즈와 만난 LG 트윈스는 경기 후반까지 7점차의 리드를 잡고 있었다. 일찌감치 타선이 폭발했고, 선발 타일러 윌슨은 보크로 1실점을 하고도 6이닝 동안 불과 3안타 만을 내주고 6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KT 타선을 막아냈다. 7회초 터진 로베르토 라모스의 투런포로 8-1까지 점수가 벌어지자, LG 류중일 감독은 7회말 윌슨을 불러들이고 김대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런데 불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대현은 선두 배정대의 2루수 땅볼이 비디오판독을 거쳐 내야 안타가 되자 박경수 장성우에게도 연속 안타를 내주면서 실점했다. LG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 최성훈을 올렸지만, 최성훈은 대타 조용호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김민혁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4점차까지 점수차가 좁혀졌다.
이 상황에서도 LG의 선택은 필승조가 아니었다. 무사 1,2루에서 최동환이 마운드를 이어 받았지만, 황재균에게 3점짜리 홈런을 얻어맞았다. 1점차까지 몰리자 LG 벤치는 그제서야 필승조 일원인 진해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진해수는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솔로홈런을 얻어맞고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진해수가 강백호를 땅볼 처리하면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이어 등판한 정우영이 배정대와 천성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8-9로 역전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LG는 올 시즌 좀처럼 불펜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마무리 고우석이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구멍이 생겼다. 선발진이 호투하면서 버텼지만, 불펜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고우석 대신 마무리 보직을 맡았던 정우영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앞선 한화 이글스와의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신바람을 냈지만, 이날 KT전서 불펜 운영에 또다시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KT가 3안타로 맹추격전을 펼치는 시점에서도 필승조를 아끼는데 급급했고, 결국 역전까지 내주고 말았다. 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은 제 몫을 해주지 못했고, 결국 주중 첫 경기부터 불펜진 소모가 컸다.
LG를 지난해 가을야구로 밀어올린 힘은 마운드였다. 윌슨과 케이시 켈리의 원투펀치와 강력한 불펜의 힘을 앞세워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치고 와일드카드결정전을 거쳐 준플레이오프까지 내달렸다. 올 시즌엔 타선이 한층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믿었던 불펜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지난해보다 높은 곳을 목표로 하는 LG는 가을야구 진출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