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대전 하나시티즌은 올 시즌 가장 주목받는 팀이었다.
배고픈 시민구단이었던 대전은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됐다. 한국축구계는 금융단 축구팀의 부활에 환호했다. 금융단 축구팀은 한국축구의 지형을 바꾸어 왔다. 아마추어에 머물던 한국축구를 프로형태로 바꾸며, 선수들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1983년 프로축구가 출범하기 전까지 한국축구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축구계는 대전이 K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기대했다.
화려한 창단식과 함께 문을 연 대전은 기대에 어울리는 행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프런트를 새롭게 정비하고, 자생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다. 역시 가장 눈길을 모은 것은 영입 행보였다. K리그 최초의 더블을 달성한 황선홍 감독을 선임한 대전은 한발 늦기는 했지만, 좋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폭풍영입'이라는 표현이 딱 맞았다. 김동준 박용지 이웅희 등 수준급 국내 선수들을 품었고, 바이오, 채프만, 안드레 루이스 같은 특급 외인들을 더하며 화려한 스쿼드를 만들었다. 'K리그1급 전력'이라는 분석 속 '올 시즌 승격 1순위'로 평가받았다.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와 다른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물론 표면적 성적은 나쁘지 않다. 승점 18로 3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껏 단 한번도, 시원한 경기를 하지 못했다. 황 감독이 그토록 강조하는 템포와 콤팩트한 축구는 그라운드에서 보이지 않았다. 공격 전환 속도가 느리다보니, 날카로운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에이스' 안드레의 번뜩이는 플레이 외에는 이렇다할 장면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안드레도 최근 상대의 집중 견제 속 초반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황 감독은 스리톱과 투톱을 오가며 안드레 활용도 극대화를 노리고 있지만, 아직 속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수비 역시 스리백을 통해 안정화를 꾀하고 있지만, 벌써 17골이나 내줬다. 물론 수비수들의 줄부상도 원인이지만,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아쉬움이 있다. 페널티 박스 안에 많은 숫자가 있지만, 정작 상대 공격을 막지 못한다. 여러차례 지적받고, 황 감독 역시 잘 알고 있는 세트피스 수비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체력적으로도 밀리며, 실점이 늘어나고 있다.
답답한 경기가 반복되다보니 상대도 대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위권팀들도 오히려 '해볼만하다'며 덤비고 있다. 승격을 노리는 대전 입장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전략적으로 쉬어가기도, 힘을 덜 주기도 하는 경기들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대전은 그럴 수가 없다. 매경기 전력을 다하는 상대와 싸우다보니 집중력, 체력적으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물론 이제 11경기 치렀다. 하지만 향후 기대를 품기에는, 솔직히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많지 않다. 대전만의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 경험 많은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보이며 결과를 만들었을 뿐이다. 보는 입장에서 답답하고, 지루한 경기가 반복됐다. '특급 외인' 에디뉴가 자가격리를 마치고 팀에 합류하지만, 색깔 없는 축구로는 앞으로도 어렵다.
대전을 향한 축구계와 팬들의 기대는 높다. 명문구단을 향한 첫번째 조건은 역시 경기력이다. 아무리 행정과 지원이 뒷받침되더라도, 경기력이 쫓아가지 못하면 끝이다. 대전의 당면 과제는 승격이다. 냉정히 말하면, 이런 축구로 승격은 어렵다. 큰 폭의 변화와 개선이 이어져야만, 모든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