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KBO리그 감독들이 선발투수에게 요구하는 제 1덕목은 이닝이다. 5이닝을 채우면 선발로서의 의무를 다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좋은 선발투수의 전제 조건 퀄리티스타트(QS)의 기준이 '6이닝 3자책점(평균자책점 4.50) 이하'인 이유다.
올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QS를 기록한 투수는 에릭 요키시(키움)와 드류 루친스키(NC, 이상 12개)다. 그 뒤를 구창모(NC) 라울 알칸타라(두산, 이상 11개),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애런 브룩스(KIA) 문승원(SK, 이상 9개)이 따르고 있다. 이들이 이닝 톱10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들 중 문승원은 유독 튄다. 요키시와 루친스키, 구창모, 알칸타라는 9승으로 리그 공동 선두다. 뷰캐넌은 8승, 브룩스는 5승을 기록했다. 반면 문승원은 올시즌 시즌 2승(6패)에 불과하다.
문승원은 2017년부터 SK 선발진에 자리잡았고, 2018년에는 한국시리즈 6차전 MVP도 수상했다. 하지만 묘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좋은 기량에도 불구하고 SK의 두터운 선발진 때문에 불펜으로도 종종 등판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올해는 선발에 전념하며 평균자책점 3.30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팀의 부진과 불운으로 지난해(11승7패)만큼의 성적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6월 이후 9경기에서 평균 6⅓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하고도 2승을 수확하는데 그쳤다. 6이닝 2실점, 7이닝 2실점, 7이닝 3실점에도 패배한 경기들이 포함된다. 올시즌 리그 블론세이브 1위(11개)인 SK 불펜진으로 인한 손해가 컸다. 올시즌을 대표하는 불운한 투수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브룩스 스트레일리(롯데)도 만만치 않다. QS는 문승원보다 1개 적은 8개지만, QS+는 6개로 구창모(8개)에 이은 공동 2위다. 평균자책점 3위(2.03)이닝 2위(88⅔)의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도 4승(2패)에 그치고 있다. 특히 6월에는 4경기에서 29⅔이닝,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하고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경기당 평균 득점지원 2.74점으로 리그 선발투수 중 최하위다. 다행히 7월 8일 한화 전을 시작으로 3연승을 기록했다. 이마저도 7이닝 무실점, 8이닝 무실점, 6이닝 1실점으로 선발 싸움에서 스트레일리가 상대를 압도한 결과다.
워윅 서폴드 역시 불운의 대명사로 불린다. 올시즌 최하위를 기록중인 한화의 전력으로 인해 가장 큰 책임감을 짊어진 투수다. 경기당 평균 6⅓이닝을 소화하며 구창모 루친스키 알칸타라 요키시와 더불어 이 부문 공동 1위, 전체 투구수에서 데스파이네(KT 위즈), 알칸타라의 뒤를 이어 3위라는 기록이 서폴드의 무거운 어깨를 증명한다. 브룩스 정찬헌과 더불어 올시즌 완봉승을 기록한 3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득점지원 3.05점은 스트레일리 다음으로 적다. 6월까지 3.50으로 준수했던 평균자책점이 7월 들어 4연패를 기록하며 4.67까지 치솟았다. 리그 평균자책점 8위(5.73)의 불펜진 외에도 내야실책 1위(39개)를 기록중인 내야 수비진에도 여러차례 발목을 잡혔다.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거나 위기를 직접 마무리하려다 세부 성적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손해를 봤다.
브룩스 역시 기량에 비해 성적에 아쉬움이 많은 투수다. 올시즌 13경기 83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다. 최근 2연승을 거두며 그나마 올시즌 성적을 5승(3패)까지 끌어올렸다. 득점지원도 6위(4.66)에 그쳤다. KIA 불펜이 평균자책점 1위(4.54)를 기록중이지만, 유독 브룩스에겐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