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Wadiz)'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방아에 오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와디즈가 진행한 일부 펀딩 제품들의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배송이 지연되는 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 해외 등지에서 이미 판매중인 것을 모방한 카피캣(copycat)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논란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커지면서 함께 늘어난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피해 구제 대책 마련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답게 소비자 피해에 대해 와디즈가 보다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확연한 개선점이 보이지 않는다면, 사업 지속성과 예정된 IPO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최근 '펀딩금 반환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플랫폼에서 책임감 있는 메이커(판매자)가 더 존중받고 서포터(소비자)가 보호받는 공정한 펀딩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중재자며 심판자 격인 플랫폼 사가 메이커와 펀딩 참여자들을 단순히 이어주는 것에서 나아가 적극적인 판단과 무분별하게 진입하는 메이커들에 대한 규제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전문가들 역시 지금보다 확실한 책임감을 보여주며 적극 움직이지 않는다면, 세상에 없던 제품이나 알려지지 않은 판매자들의 성장을 도울 것이란 본질까지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제품 설명·광고를 보고 잔뜩 기대했는데…불량·하자 피해는 전부 소비자 몫?
지난 4월 와디즈가 진행한 한 토퍼 제품 펀딩에 나선 A씨는 제품 배송 이전부터 와디즈에 적지 않은 실망을 했다고 전했다. 해당 메이커가 물건을 발송하기로 약속한 날짜까지 아무런 공지가 없다가 발송 당일이 되어서야 배송이 연기될 것이라는 일방적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또한 A씨는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배송된 펀딩 제품은 예상과는 다른, 품질적으로 하자가 있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제품 광고 설명란에는 '특색 있는 원단을 사용해 이들에게 최고의 신축성과 편안함, 쿠션감을 제공한다'는 표현이 사용됐다.
하지만 A씨를 포함한 일부 소비자들이 배송받은 제품을 두고 충전재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으며 스크래치, 오염물이 수반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펀딩 참여자들은 "기대와는 다른 제품이 발송돼 실망했다", "광고와 실제 제품이 너무 달라 환불 신청을 했지만 하자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해당 펀딩은 지난 3월 16일 종료됐으며, 펀딩과 메이커에 대한 만족도는 8일 와디즈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5.0점 만점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다.
와디즈 내에서 펀딩 참여자들로부터 불만을 산 제품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진행된 스마트워치 제품 역시 시계 줄 색상 문제와 배송지연 문제로 펀딩 참여자들이 불평을 호소했다.
와디즈는 이에 대해 "해당 프로젝트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배송 지연과 시계 줄 색상 관련 이슈가 있었지만 메이커가 펀딩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이를 교체하고 보호필름과 강화유리 필름을 제공하는 등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와디즈의 펀딩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 토로는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는 점이다. 와디즈는 미세모 칫솔인 '다모칫솔'과 저당 밥솥 '다미쿡' 관련,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동일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때문에 당시 와디즈는 '양심불량 업체들을 방관하고 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와디즈는 "자정능력 향상을 위해 '신고하기' 기능 확대와 '메이커 신뢰지수', '지식재산권 보호 정책' 등을 강화했으며 '펀딩금 반환 서비스' 개편을 진행한 상태"라고 밝혔다.
▶커지는 크라우드 펀딩 시장…지속 성장 위해선 고객들이 실제 체감할 만한 대책 마련돼야
업계 내에서는 와디즈가 자체적인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펀딩과 관련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만큼,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개선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피해구제 요청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크라우드 펀딩 관련 피해구제 요청 건수는 66건으로 지난 2018년 22건과 비교해 세 배나 증가했다.
아울러 와디즈 펀딩에 참여했다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이 메이커를 대상으로 한 법적 대응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때문에 펀딩 관련 이슈는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과 황경태 스프링앤파트너스 소속변호사는 와디즈 펀딩 참여자들의 피해 구제를 돕기 위해 직접 뛰어들었다. 공정위에 와디즈의 리워드형 펀딩 약관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심사 청구를 신청하고, 스마트 고양이 화장실 '라비봇' 제품을 판매했던 메이커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화난사람들은 와디즈의 비즈니스를 '펀딩'이 아닌 '제품 및 서비스 판매'로 봤다. 이들은 "와디즈에서 거래된 일부 제품들의 품질이 매우 불량하고 안전 검증도 받지 않는 등 끊임없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크라우드 펀딩 관계자들은 이를 '투자'라 주장하지만, 다른 학자들은 이를 '매매계약'의 성질을 갖는다 보기도 해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펀딩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와디즈는 제품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경우 환불을 받을 수 있다는 반환 정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일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것보다 여전히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우선적으로 와디즈의 리워드형 펀딩 약관 상에서의 부당함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와디즈 내에서 일어나는 거래가 투자의 성격을 띄고 있어, 소비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구매한다는 것이다.
황 변호사는 "공정위의 판단을 우선 존중한다"면서 "라비봇 펀딩 메이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와디즈의 펀딩 참여자 피해 구제책, 실효성 있는 걸까?…하자 판단도, 환불 결정도 메이커가
와디즈는 앞선 논란들에 대해 "펀딩 특성상 발생되는 이슈를 줄이기 위해 펀딩금 반환 정책, 지식재산권 보호 정책, 메이커 신뢰지수 등을 강화하고 회원과의 소통 및 공감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그동안 이슈가 발생했던 프로젝트와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카테고리별, 리스크 유형별, 메이커 제작형태별로 유사 프로젝트 모니터링 등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와디즈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펀딩 참여자들은 이들이 마련한 제도가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란 시각을 보낸다. 이들은 하자로 인한 펀딩금 반환의 주요 조건인 '표시 및 광고와 현저히 다를 때'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펀딩 참여자들이 광고와 실제 제품 간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환불을 신청하지만 메이커가 이를 하자로 보지 않으면 실제 환불이 이뤄지는 경우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와디즈는 이에 대해 "표시 광고 내용과 실제 제품 간 차이에 대한 판단은 기본적으로 메이커가 하지만, 펀딩 참여자들이 요구하는 실제 제품에 대한 정보 요청이나 소명에 메이커가 제대로 답하지 않을 경우 와디즈가 개입하게 되며, 이는 메이커와 와디즈 간 약정서에 기반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와디즈는 펀딩금 반환정책 발표 이후 반환을 원하는 펀딩 참여자들의 신청 접수 추이나 반환금 규모에 대해서는 "모든 펀딩 프로젝트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하자에 대한 기준점을 명확히 규정 짓기가 매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는 와디즈가 지속된 논란 이후 지난 1월 보도자료까지 내보내며 적극 홍보한 '자정 노력'이나 '피해 구제방안'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할 수도 있는 태도로 평가된다. 최소 즉시 환불 등 피해구제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만큼 진행되고 있다 보기엔 다소 불충분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더욱이 와디즈 홈페이지 내 게시판에는 "많은 펀딩 참여자들이 여러 불만을 토로함에도 메이커와 와디즈의 대응책은 아직까지 펀딩 참여자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메이커와 소통 부재가 심각한 수준이다", "메이커들을 제대로 선별해주지 않으면 와디즈에 대한 믿음마저 사라질 것 같다"는 반응들을 보인다. 이는 펀딩 참여자들이 제품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이 메이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메이커와 펀딩 참여자들을 이어주는 와디즈라는 플랫폼 사업자 '자체'의 문제란 인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와디즈가 단순히 메이커의 실수이자 그들의 문제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만을 보인다면, 내년으로 예정된 IPO 추진 등 지속 성장에 크나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