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송정헌 기자]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전설적 영웅 삼손(Samson)은 머리카락이 힘의 원천이었다. 올해 KBO리그에는 긴 머리 스타일을 선보이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곱상한 테리우스 '왕자' 스타일에서 상남자 '추노' 스타일까지 다양한 장발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며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KT의 우완 마무리 이대은은 올 시즌 테리우스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며 더욱 강력한 마법 투구를 선보일 줄 알았으나, 시즌 초반 8경기에서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13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1군에서 말소됐다.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이대은은 한 달이 훌쩍 넘은 7월에도 아직 1군 무대 복귀 일정이 미정이다.
올 시즌 충격적인 추노의 모습으로 등장한 삼성 장필준은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곱상했던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산에서 도를 닦다 내려온듯한 자연인 그대로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강렬한 모습과는 반대로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지난해 2승 3패 15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했던 모습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최근 1군에 복귀한 이후 3경기에서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롯데의 새로운 마무리투수 김원중은 올해 긴 머리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며 마무리 역할을 무난히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19경기에서 2승 7세이브 1.33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작년 키움의 조상우처럼 장발 헤어스타일에 강력한 강송구를 선보이며 뒷문을 든든히 지켜내고 있다.
한화의 김범수는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6월 25일 삼성 전에서 6이닝 2실점 7K로 호투하며 시즌 첫 선발승을 따냈다. 지난 3일 두산 전에서는 승리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6이닝 무실점으로 인상 깊은 투구를 펼치며 선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다.
NC의 필승조 배재환은 마운드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올 시즌 28경기에서 1승 2패 3.80의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8년부터 머리카락을 기르기 시작한 배재환은 우연찮게 머리를 기르면서 야구 실력과 존재감이 상승했다.
프로야구 장발 투수 중에는 2000년대 초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를 호령했던 LG 트윈스의 '야생마' 이상훈 선수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올해은 장발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요즘 KBO리그 선수들은 개인으로써 많은 부분 존중받고 있다. 선수들은 머리와 수염 등 자유롭게 개성을 표현하며 다양한 스타일을 뽐내고 있다.
프로야구는 지금껏 단체 생활을 더 중요시했었다. 선수들에게 두발의 자유는 없었다. 팀의 성적이 떨어지면 함께 단체 삭발을 감행했으며, 짧게 자른 머리로 팀의 결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장발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선수들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쉽지 않았다. 머리카락의 길이가 성적에 꼭 비례하지는 않았다.
마운드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투구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그 선수에 대한 이미지는 외모가 아닌 성적일 것이다.
그리고, 롯데의 외국인 선발투수 스트레일리는 언제쯤 수염을 자를 수 있을까? 올 시즌 11경기에 선발 등판한 스트레일리는 5번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고도 단 1승 밖에 없다. 승리 없이 불운한 투구가 이어지자 수염 또한 계속 길어지는 느낌이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