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시즌 첫 '슈퍼매치'는 팬들 사이에서 '슬퍼매치'로 불리는 신세가 됐다. 우승권이 아닌, 강등권 바로 위인 9위(FC서울)와 10위(수원 삼성) 위치에서 벌이는 싸움, 양팀팬들이 애처로운 표정으로 라이벌전을 지켜봐도 이상할 게 없다. 이날 결과에 따라 슬픔이 오열이 될 수 있고, 희열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놓칠 수 없는 '단두대 더비'를 앞두고 양 팀의 담당기자들이 담당팀의 승리 이유를 대며 지상대결을 펼쳤다.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FC서울은 이번 슈퍼매치를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무관중 시대, 나란히 하위권으로 떨어진 순위로 인해 과거 슈퍼매치의 쫄깃함은 덜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FC서울 입장에서는 최근의 극심한 부진에서 완전 탈출의 발판을 마련할 기회다. FC서울은 지난 9라운드 인천전에서 가까스로 5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의 수모를 딛고 연승 분위기로 반전하고 싶은 의지만으로도 동기부여가 충분하다.
여기에 급한 불을 끄면서 커다란 고민의 반은 덜었다. 수비라인의 안정감 회복이다. 최근 여름 이적시장에서 보강 영입한 윤영선에 대해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수비의 안정감이 확실히 강화된 느낌이다. 뒷선의 불안감은 좀 덜었다"고 말했다. 최 감독뿐 아니라 구단도, 주변 축구인들도 인정하는 FC서울의 변화된 모습이다.
FC서울은 그동안 박동진 군입대, 페시치의 공백, 아드리아노의 부진에 따른 공격라인 붕괴로 고생했다. 문제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고 뒷선까지 무기력해져 연패에 빠졌다. 아직 공격라인의 보강은 없지만 수비라인이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점만 해도 현재 처지에선 천만다행이다. 엄밀히 따지면 윤영선 가세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진짜 중심은 황현수와 함께 부상에서 돌아온 오스마르다. 현재 FC서울 스쿼드에서 오스마르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오스마르가 있을 때와, 없을 때가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게 FC서울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이는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오스마르는 지난 5월 22일 포항과의 3라운드에서 FC서울이 2연승한 이후 부상으로 빠졌다. 오스마르가 빠지마마자 FC서울은 5연패의 길로 접어들었다. 공교롭게도 오스마르가 복귀전을 치른 지난 9라운드에서 연패에서 탈출했다. 오스마르의 존재감이 더욱 강렬하게 입증된 셈이다.
오스마르는 사실 FC서울에 최적화된 용병이다. 수비형은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로 가동할 수 있고 FC서울의 플레이 스타일과 상황에 따라 중심을 잡아준다. 구단 관계자가 "선수들도 오스마르의 존재 여부에 따라 심리적 안정감에서 커다란 차이를 느낀다고 한다"고 말할 정도다. 결국 윤영선 영입 효과가 빛을 발한 것도 오스마르 덕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격라인의 경우 여전히 불안하지만 슈퍼매치의 특성만 놓고 보면 작은 희망요소도 있다. FC서울의 간판 해결사 박주영과 부상에서 복귀한 윤주태다. 역대 슈퍼매치에서 박주영은 총 8골로 데얀(9골·대구)에 이어 득점 2위다. 그런가 하면 윤주태는 역대 슈퍼매치 한 경기 최다골(4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해트트릭 작성자 역시 박주영과 윤주태로 FC서울 소속이다. 윤주태는 지난 인천전에서 부상 복귀전을 치러 결승골을 터뜨리는 예열까지 마쳤다. 데얀은 이적했고, 염기훈이 결장(A급 지도자 교육)하는 수원에 비하면 '슈퍼매치 전문가'가 풍부하다.
최근 수원과의 16경기에서 무패행진((9승7무)을 기록한 데서 얻는 자신감도 FC서울에겐 숨은 무기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