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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 국내 첫 폐 이식 성공, 이유 있었다…의지·헌신·시스템 '3박자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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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코로나19로 폐가 망가진 환자에 폐를 이식하는 수술이 처음 성공했다. 세계에선 중국 6명, 미국 1명, 오스트리아 1명에 이어 9번째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은 지난달 21일 코로나19로 폐 섬유화가 진행된 50대 여성 환자에게 폐를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이같은 성공은 환자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의료진의 포기없는 헌신, 병원의 유기적인 시스템 등이 이룬 성과로 평가된다.

▶112일 에크모 치료 코로나19 환자, 폐이식 국내 첫 성공

환자는 지난 2월 29일 한림대성심병원으로 코로나19 중증환자로 긴급 후송돼 응급중환자실 음압격리실로 입원했다. 당시 의식은 있었지만 산소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산소농도가 88% 이하로 떨어지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입원 3시간 만에 기도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인공호흡기 착용 후에도 혈압과 산소농도가 호전되지 않고 숨을 쉬기 어려워했다.

초기 치료로 항말라리아약인 클로로퀸(chloroquine)과 에이즈 환자에서 사용하는 칼레트라(Kaletra)를 사용했고, 항염증작용을 위해 스테로이드도 사용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비교적 젊고 건강한 환자였지만 에크모를 시행해 환자의 폐 기능을 대신해야 했다.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팀은 다음 날인 3월 1일 환자에게 에크모를 장착하고 선제적 치료를 시작했다.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ECMO)는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체내로 흘려보내는 장치로, 심장이나 폐 기능이 정상이 아닐 때 중환자의 심폐 기능을 보조해 생명을 유지해주는 장치다.

환자는 3월 초 한 번의 코로나19 양성반응 이후 줄곧 음성이 나왔다. 격리 2개월 만에 기관지내시경으로 채취한 검체로 코로나19 최종 음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환자는 바이러스만 사라졌을 뿐 폐 상태는 나빠졌다. 흉부 CT 검사 결과 양측 폐에 광범위한 침윤소견과 폐섬유화 속도가 상당히 빨랐던 것.

폐 기능이 너무 심하게 손상돼 에크모를 떼는 순간 환자는 사망 위험이 높았다. 선택은 폐이식 밖에 없었고 의료진은 폐이식을 결정했다.

에크모센터 의료진은 5월 4일 수술을 결정하고 에크모 치료를 유지한 채 외과중환자실 양압이식방으로 환자를 옮겨 폐 공여자를 기다렸다.

환자는 입원 다음 날인 3월 1일부터 이식하기 전날인 6월 20일까지 무려 112일 동안 에크모 치료를 시행했다. 112일 코로나19환자 중 에크모 장착은 세계 최장기간 기록이다.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 폐이식은 6월 20일 오후 3시부터 21일 새벽 2시까지 했으며, 실제 수술시간은 8시간 동안 이뤄졌다.

▶"숨 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수술 성공 후 회복중인 환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코로나19 감염을 감기처럼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생사를 오갈 수 있는 큰 병이라고 생각해 아주 조심해야 한다. 나는 에크모 치료를 받지 않았으면 숨쉬기가 매우 힘들어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숨 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건강할 때는 몰랐다"며 "가족과 떨어져 병상에 누워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 매일 식사도 챙겨주고 운동도 시켜주고 나를 대신해 손발이 되어준 의료진의 헌신에 병을 이겨내자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환자는 "폐이식 이후 숨이 잘 쉬어지니까 수술이 잘 되었다고 느꼈다"며 "내게 폐를 공여해 주신 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허리에 파스 붙이고 지속적으로 돌봐주던 간호사님과 교수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환자는 현재 산소를 들이마시면서 자발호흡을 하고 있으며 앉아서 스스로 식사를 하고, 호흡근운동과 사이클을 통한 침상 재활운동을 시행해 하지 근력을 키워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재활운동을 열심히 해 보행이 가능해지면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앞당길 수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유경호 병원장은 "환자는 치료기간동안 코로나19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굉장히 강했으며 의료진과 가족들의 지지를 통해 재활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며 "한림대성심병원은 이번 코로나19환자 폐이식수술 성공을 기점으로 코로나19를 정복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해 나갈 것이다. 이번 폐이식 성공은 우리나라 중증환자 치료가 세계적 수준임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24시간 에크모 핫라인 가동…국내 최고 수준 장비 갖춰

한편,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센터는 2015년 3월에 만들어져 흉부외과 김형수 센터장을 중심으로 중환자의학 박성훈 교수, 순환기내과 한상진, 김현숙 교수, 응급의학과 하상욱 교수, 신장내과 김성균 교수, 신경과 유경호, 오미선 교수, 외과중환자실 이순희 수간호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에크모센터는 중증심폐부전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에크모 핫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에크모 장비인 PLS 시스템 7대와 EBS 시스템 1대를 보유하고 있고, 이와 더불어 현존하는 최고의 중환자실 환자 감시시스템, 지속적 정정맥 혈액투석기, 최신 초음파 장비 등이 있다. 또 응급의학센터내 하이브리드수술실을 갖춰 심폐소생술과 동시에 혈관조영술은 물론 에크모를 장착하는 등 병원 밖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들도 응급실에 도착한 직후 신속하고 안전하게 에크모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중환자 전용 구급차(Hallym Mobile ICU)를 운영하고 있다. 일명 움직이는 중환자실로 불리며 중환자가 에크모를 장착하고 생명 유지 및 회복 치료를 지속하면서 병원 등 장소를 옮길 수 있도록, 증상 발생 후 30분 이내에 진단·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중증 응급환자 전용 이송체계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센터에서는 2019년 1년 동안 1일 평균 4대의 에크모가 중증환자의 심장과 폐를 대신하여 왔다. 급성호흡부전 환자들에서는 폐보조 에크모를 적용해 68%의 환자가 생존했고, 외상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 생존률에서는 94%를 보였다.

▶유기적 융합치료 시스템 성과…장기이식 수술 활성화 추진

김형수 에크모센터장은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센터는 중환자 분야의 발전을 위해 최신의 장비로 최상의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며 "더 중요한 점은 환자의 생명 앞에서 오직 환자만을 생각하고 여러 교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를 살리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넓게는 우리나라 전체 의료발전에 큰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센터는 장기적으로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계적보조장치 및 심장·폐이식센터'로 발전해 심장이식, 폐이식 등 장기이식 수술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특히 한림대성심병원이 ECMO를 중심으로 하나의 거점 병원으로서 중증환자 치료의 질적 향상을 이루고, 다년간 축적된 연구결과로 다가올 '인공장기이식술' 시대의 서막을 열기 위해 노력중이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