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많이 힘들었다(웃음)."
롯데 자이언츠 장원삼은 782일 만의 6이닝 투구 부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장원삼은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2탈삼진 5실점(4자책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수는 89개. 이날 팀이 2대6으로 패하면서 장원삼은 지난 5월 12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3이닝 5실점)에 이어 또다시 선발패에 그쳤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 시절이던 2018년 5월 11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6⅔이닝 5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 이후 782일 만에 6이닝 투구에 성공하면서 부활을 알렸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9㎞에 불과했다. 하지만 장원삼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주로 활용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1회 나성범에 솔로포, 4회 3실점을 하는 과정에서도 투구수는 20개를 넘지 않는 등 관리도 잘 이뤄졌다.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전성기 때의 구위는 없었지만, 세월의 무게 속에 켜켜이 쌓은 관록이 돋보인 투구였다. 전날 11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 숨이 턱 밑까지 찼던 롯데는 장원삼의 역투 덕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장원삼을 향후 1군에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2일 NC전을 앞두고 "장원삼이 스프링캠프에 빠진 채 2군에서 긴 시간 몸을 만들었다. 스타 선수가 긴 시간 힘겹게 준비를 한 끝에 좋은 활약을 펼친 부분에 감독으로서 너무 기분이 좋고 고맙다"며 "다음에 선발 기회가 온다면 던질 수도 있고, 불펜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하나 추가돼 숨통이 트였다고 볼 수 있다. 너무 좋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오랜만에 1군에서 6이닝을 던졌다.
▶힘들었다(웃음). 오랜만에 던졌다.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계속 소화 중이었다. 투구수나 이닝 모두 적절했다.
-허문회 감독은 5이닝까지 기대감을 드러냈는데, 6회까지 투구수가 많지 않았다.
▶전날 불펜 투수들을 소모했다. 길게 던져야겠다는 생각 속에 마운드에 임했다. 5월 첫 등판 때 너무 못던져 부담도 컸다. 이번에도 못던지면 아예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대한 많이 던져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실점이 있었지만 이닝을 길게 가져간 부분은 만족한다.
-작년에 비해 투구가 가볍다는 느낌이 들더라.
▶작년보다 몸을 잘 만들었다. 스프링캠프 대신 2군에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몸을 만들었다. 2군 코치진의 배려도 컸다. '빨리 몸을 만들어 1군에서 던져야 한다'는 응원을 많이 받았다. 작년보다 몸상태는 확실히 좋은 것 같다.
-직구 비율이 크지 않았는데.
▶이제는 예전보다 직구 스피드나 힘이 많이 떨어지다보니 마운드에서 최대한 안맞는 피칭을 해야 한다. 그래서 변화구 비중을 늘렸다. 많이 던져보고 그립도 바꾸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
-7회말 상황은 당황스럽지 않았나.
▶그 상황을 못봤다. 던진 뒤 포수 백업을 하러 움직였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져 있더라. 많이 아쉬웠다. 7회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내려왔다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마지막 이닝이라는 생각에 더 잘던진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힘이 들어가더라.
-7회 등판은 본인이 요청한건가.
▶내가 던지겠다고 했다. 감독님이 의사를 물으시길래 OK사인을 냈다.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쉽다.
-첫 선발 뒤 2군에서의 각오를 다진 부분은.
▶그때는 나 스스로 너무 빨리 올라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된 느낌이었다. 개막 직후여서 그랬던 것 같다. 2군에 내려온 뒤 다시 재정비를 했는데, 2군에서 많은 응원을 받았고 로테이션도 꾸준히 돌았다. 이번에는 콜업 전 2군에서
-첫 선발 등판 뒤 주변의 시선이 좋진 않았는데.
▶1군 마운드에서 안던진 기간이 오래됐다.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됐다. 첫 등판도 결과가 좋았다면 좋겠지만, 안좋다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출근 전 허문회 감독과 면담을 했다고 하던데.
▶감독님이 '이제 계속 1군에서 있으면서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 어제 길게 던져줘서 고맙다'고 이야기 하시더라. 감사한 부분이다.
-SNS를 보니 어제 경기 후 송승준과 식사를 한 것 같던데.
▶송승준 선배가 '저연봉 선수끼리 밥 한번 먹자' 이야기 하시더라(웃음). 워낙 오랜만에 원정에 왔다. 승준이형과는 어릴 적 대표팀도 함께 가고 인연이 깊다. 같은 팀에서 뛸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렇게 됐다. 어제 먼저 연락을 해주시더라.
-적응에 가장 도움을 준 이는.
▶사실 나이가 있다보니 적응에 큰 무리는 없다. 내게 스스로 알아서 몸을 잘 만들라고 맡겨주시는 부분이 있다. 큰 불편함은 못 느끼는 것 같다.
-선수단 분위기는.
▶2군에 오래있다보니 잘 모르겠지만, (1군은) 많이 자율적인 것 같다. 나는 옛날 사람이다보니 생소한 면이 있는데 많이 자율적인 것 같다. 감독님도 선수들과 거리감 없이 어울리는 모습에 좋은 분위기를 느꼈다.
-화려한 커리어를 보낸만큼 지금의 위치를 인정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계속 부진하다보니 어느 순간 내려놓게 되더라. 방출 뒤 테스트도 받았지만, 야구를 오래 하고 싶었다. 이렇게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겁다.
-구창모가 롤모델로 언급을 하더라.
▶핫한 투수가 내 이름을 언급해주니 고맙다. 어릴 적 내가 던지는 부분이 참고가 되고, 롤모델이 된다는 것은 아직 현역이지만 너무 뿌듯하다. (구창모는) 스타일이 나랑은 많이 다르던데,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주변 선수들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좋더라. 내 그 시절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나는 7연승을 한 적이 없다. 대단하다.
-올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하면 본인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라도 1군에서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작년에 LG에서 1군에 정착하지 못하고 3패만 하고 나왔다. 올 시즌 결과가 어떻게 될 진 모르지만, 팀이 필요로 할 때 잘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무관중 경기가 생소하진 않았나.
▶아직도 시범경기를 하는 부분이다. 관중 함성을 들으면서 텐션을 느끼는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없다보니 생소한 감이 없지 않다. 빨리 관중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특히 롯데 팬들은 열성적이지 않나(웃음).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