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나이는 어린데 마인드는 베테랑인 선수가 서울 이랜드에 있다?
이랜드는 28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죽다 살아났다. 부천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8라운드 경기에서 0-2로 밀리다 후반 세 골을 몰아치며 극적으로 3대2 역전승을 거뒀다. 직전 라운드 하위팀 안산 그리너스에 0대2 충격패를 당했다. 이 경기에서 이기냐, 지느냐에 따라 상위권 문턱으로 가느냐 하위권으로 추락하느냐가 달린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믿기 힘든 역전승을 따냈다. 이 승리로 이랜드는 승점 12점 5위가 됐다. 선두 수원FC와의 승점 차이는 3점 뿐. 이랜드가 지난해 형편 없는 최하위 팀이었던 걸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그 중심에는 외국인 선수 레안드로가 있었다. 전반 주포지션인 측면에서 뛰던 레안드로는 후반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세 골 모두에 관여하며 이랜드를 살렸다.
사실 레안드로는 이 경기 뿐 아니라 개막 후 줄곧해서 이랜드를 먹여 살리고 있다. 4골 2도움으로 골과 도움 모두 팀 내 최다 기록이다. 공격이 안풀리고, 이랜드가 지는 경기에서도 그나마 제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레안드로다.
브라질 출신 레안드로는 24세로 아직 어리다. 플레이 스타일도 야생마같다. 측면에서 치고 달릴 때 보여주는 폭발적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부천전 후 인터뷰석에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을 기념 촬영해달라는 모습을 보면 영락 없는 젊은 청년이다.
하지만 축구를 대하는 모습은 수십년 축구를 한 베테랑 같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고국 브라질을 시작으로 포르투갈, 이스라엘, 조지아, 몰도바 등 다양한 나라에서 리그를 경험했다. 아시아, 한국은 처음이지만 특별히 적응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개인 기록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이가 어린 선수들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레안드로는 오직 팀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 욕심은 없다. 몇 골, 몇 도움을 얘기하는 것보다 이랜드가 높은 곳으로 가는 걸 돕는 게 내 큰 목표다. 나는 항상 팀이 우선이다. 팀이 잘되는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게 내 임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레안드로는 부천전 김민균이 두 번째 동점골을 터뜨릴 때 절묘한 패스로 도움을 기록했다. 아크 부근에서 자신이 슈팅을 때리기 충분한 위치였는데 욕심내지 않고 김민균에게 더 좋은 찬스를 만들어줬다. 레안드로는 "내가 골을 넣어도 기쁘지만 동료가 넣어도 기쁘다.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도 찬스가 있으면 나는 동료들을 먼저 찾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레안드로는 이랜드에 오기 전 K리그와 자신의 새 소속팀에 대해 공부를 하고 왔다고 한다. 이랜드가 창단 후 계속해서 바닥을 친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팀 성적이 많이 안좋았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우리 팀에는 새 감독님이 오셨고 위닝 멘탈리티가 생기고 있다. 앞으로 더 노력하면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측면, 중앙 자리도 가리지 않는다. 감독님께서 이유가 있으니 내 포지션을 지정해주시는 것이다. 나는 지시를 내려주시면 그 포지션에서 무조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