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LG 트윈스 불펜이 시즌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서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LG는 25일 잠실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송은범과 정우영이 각각 4실점하면서 5대8로 역전패를 당했다. 6회까지 5-0으로 넉넉하게 앞서던 LG는 7회 송은범이 등판해 한 타자도 잡지 못하고 4연속 안타를 내주며 4점을 헌납했다.
한 점차로 쫓긴 9회초에는 마무리 정우영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만루에 몰렸고, 박병호에게 2구째 146㎞ 직구를 한복판으로 던지다 우월 만루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다잡은 경기를 불펜 난조로 허망하게 내준 LG는 6연패이 늪에 빠졌다. 선두권에서 멀어진 LG는 5위 KIA 타이거즈에 한 경기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이날 LG는 선발 차우찬이 6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눈부신 투구를 펼쳐 승리를 낙관하는 흐름이었다. 차우찬은 2-0으로 앞선 6회말 중에도 불펜에서 몸을 풀며 7회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타선이 3점을 보태 5점차로 벌어지자 차우찬이 들어가고 송은범이 불펜에 등장했다. LG 벤치는 여유있는 점수차에서 96개의 공을 던진 차우찬을 굳이 소진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상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최악이었다.
예고된 참사다. 마무리 고우석이 시즌 초 생각지도 못한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으면서 LG 불펜은 비상 상황에 몰렸다. 고우석의 자리는 신예 이상규가 물려받았다. LG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는 이상규는 5월 12일 이후 마무리로 나서 3주간 만족스러운 피칭을 선보이며 4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이 정도면 되겠지' 하던 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6일 키움전, 9일 SK 와이번스전에서 각각 2실점,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결국 이상규는 지난 15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어 정우영이 마무리를 맡았지만, 그 역시 경험 부족과 2년차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SK전서 세이브를 올린 이후 4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갔지만, 최근 2경기에서 합계 1⅔이닝 동안 3안타, 4사구 5개로 7실점했다.
불펜 난조가 이어지는 동안 LG 류중일 감독은 선발투수중 한 명을 불펜으로 돌리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번갈아 5선발로 나서고 있는 정찬헌과 이민호, 좌완 김윤식 중 한 명을 필승조에 편입시켜 불펜을 보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 불펜진으로 버틸 수 있고 고우석도 빠르면 7월 초 복귀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접었다. 그리고 곧바로 올시즌 최악의 역전패를 당한 것이다.
이달 중순까지 LG 불펜은 천하무적을 자랑했다. 정우영 진해수 이상규 등 필승조의 활약상이 눈부셨다. 승률 6할대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3.81로 1위였던 LG 불펜 평균자책점은 5.00으로 치솟아 5위로 떨어졌다.
잠시 고려했던 선발투수 한 명을 돌리거나 고우석이 건강하게 돌아오는 것 말고는 사실 대안이 없다. 무릎 수술을 받은 고우석은 최근 불펜피칭을 시작했다. 앞으로 3~4차례 불펜피칭을 더 해보고 2군 경기에서 컨디션을 체크한 뒤 1군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빠르면 7월 10일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투가 안되는 정찬헌, 차세대 에이스인 이민호, 경험이 부족한 김윤식을 불펜으로 돌린다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는 게 현재 LG의 생각이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