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축구는 결국 '골'로 결정나는 경기다. 골을 터트려야 이길 수 있고, 골을 터트려야 패배를 막을 수 있다. 골을 얼마나 잘 터트릴 수 있느냐가 결국 팀 전술의 핵심이다. 경기 내용이 좋았다거나, 패스의 질이 훌륭하거나, 경기 지배력이 좋았다는 말은 그 다음이다. 전후반 내내 좋은 내용으로 지배력 있는 경기를 했어도 골을 터트리지 못하면 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팀은 밑으로 떨어진다. 강원FC가 최근 이런 상황에 빠져있다. 경기는 지배하지만 이기지 못한다. '해결사'가 없기 때문이다.
강원은 지난 2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8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에만 2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0대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강원은 7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홈경기에 이어 2연패를 당했다. 올 시즌 첫 연패를 당하며 5위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지난 울산전과 이날 포항전 패배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강원은 두 경기에서 1골도 넣지 못하면서 오히려 멀티골을 내줬다. 울산에 3골, 포항에 2골을, 그것도 후반에만 몰아서 허용했다. 경기 후반에 수비 집중력이 확연히 떨어졌다는 뜻이다.
또 다른 공통점도 발견되는데, 이 부분이 더 심각하다. 두 경기에서 강원은 모두 볼 점유율면에서 상대팀을 크게 앞섰다. 울산전에서는 15분 단위로 측정되는 볼 점유율 지표에서 전후반 내내 단 한 번도 상대에 뒤진 적이 없다. 전체 평균을 따져봐도 62%-38%로 강원이 대부분 경기를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포항전 때는 전후반의 양상이 살짝 달랐다. 전반은 포항의 점유율(51%)이 약간 앞섰다. 이때는 두 팀 모두 골 사냥에 실패했다. 후반에도 포항이 약간 경기를 주도하다 15분에 일류첸코의 선제골이 터졌다. 이후 강원이 좀 더 주도적으로 나섰다. 볼 점유율에서 10% 이상 앞서며 동점골을 위해 상대를 몰아 붙였다. 후반 15~30분 구간에는 61%-39%였고, 이후 후반 종료 때까지는 64%-36%로 강원의 점유율이 더 올랐다. 경기 전체적으로 보면 강원이 57%-43%로 포항보다 공을 더 많이 소유하고 있었다.
볼 점유율이 상대보다 높은 건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의 특징이다. 선수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통한 숫자의 우위, 정밀한 패스 등을 선호한다. 문제는 이런 축구의 종착점이 언젠가부터 골로 이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7, 8라운드 울산, 포항전이 극명하게 드러난 케이스다.
이 문제에 관해 전문가들은 유리한 상황 때 골로 종지부를 찍어 줄 스트라이커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마침 올 시즌 6라운드까지 4경기 연속 골을 터트린 고무열이 7라운드부터 부상으로 못나오며 연패에 빠진 점도 이런 지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점유율에서 앞서고, 경기는 지는 패턴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해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고무열의 복귀 뿐만 아니라 영입을 통한 보강도 고려해볼 만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