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타구에 발목을 맞았지만)팔 상태는 좋았다. 최대한 긴 이닝을 던지고, 실점을 최소화하는게 선발투수의 임무이자 책임감이다."
올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워윅 서폴드가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한화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한 순간이 있었다.
서폴드는 4연패 중이던 팀의 에이스로서 20일 NC 다이노스 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5회까지 NC 타선을 압도했다. 안타 2개, 몸에 맞는 볼 하나를 허용했을 뿐이다. 타선도 1회 김태균, 2회 조한민, 4회 노태형과 최재훈의 적시타가 잇따라 터지며 연패 탈출의 의지를 보였다.
6회 무사 1루 상황에서 이명기의 타구가 서폴드의 오른쪽 발목을 강타했다. 마운드의 투수에게 맞고 3루수 노시환의 키를 넘어갈 정도의 속도였다. 서폴드는 펄쩍펄쩍 외다리로 뛰며 괴로워했다. 이어 서폴드를 위한 응급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다음순간 서폴드는 '계속 던지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시했다. 투쟁심을 발산하는 서폴드를 코치진도 말리지 못했다.
이어 다음 타자 강진성의 타구는 중견수 쪽 짧은 플라이. 하지만 노수광이 뿌린 홈송구가 중계 과정에서 3루와 홈 사이로 흘렀고, 3루주자 박민우가 홈을 파고들었다. 포수 최재훈이 빠르게 공을 주워들어 홈을 바라봤을 때, 포수 뒤쪽을 커버하던 서폴드는 절룩이며 홈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공을 받은 서폴드는 재빨리 슬라이딩해오는 주자를 태그, 아웃 카운트 하나를 더 잡아냈다.
이날 경기가 한화의 4대3 승리로 끝났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순간이었다. 후속 타자 나성범이 1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결과적으로 무사 2, 3루 기회가 무산됐기 때문.
서폴드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안타 3개로 1점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진영이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이날 서폴드의 기록은 6⅓이닝 2자책점, 투구수 106개가 됐다. NC는 나성범의 홈런으로 1점차까지 따라붙었지만, 9회 담 증세에도 불구하고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을 공략하지 못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 임한 서폴드는 오른쪽 발목에 아이싱을 하고 있었다. '상태가 어떠냐'는 질문에 "하이톱 야구화의 발목 커버가 완충 작용을 했다"면서도 "아직 살짝 통증이 남아있다"는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서폴드가 피칭을 이어간 것은 예상했던 대로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그는 "선발투수는 팀이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책임이 있다. 최대한 긴 이닝을 던지고, 실점을 최소화해야한다"면서 "한번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갔으면 가능한 길게 던지길 원한다. 발목의 통증이 거슬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팔 상태가 좋아서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내 승리를 지켜준 불펜 투수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후 홈경합 상황에 대해서도 '기본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폴드는 "(외야 플라이 때)투수로서 커버해야할 위치(포수 뒤)로 움직였고, 공이 빠진 순간 내 자리(홈)로 달려갔을 뿐이다. 투수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쿨하게 답했다.
자부심도 크고, 자존심도 세고, 책임감도 큰 선수다. "NC에는 좋은 타자가 많지만, 오늘은 내 실투가 많지 않았다"며 미소짓는 서폴드의 모습은 야구 기록에 담아낼 수 없다. 팀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그 투쟁심은 말 그대로 '에이스의 자격'이다. 리빌딩이 진행중인 팀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요즘 1군에 젊은 선수가 많아졌다. 클럽하우스에 에너지가 넘친다. 앞으로 시합과 이닝수가 쌓이면 더 잘할 선수들이 많다. 베테랑과 영건이 잘 융화되면 우리 팀은 더 잘할 거다. 내가 등판하지 않는 날은 더그아웃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그게 내가 해야할 일이다."
창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