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상대팀 입장에선 '통곡의 벽'이라 부를 만하다.
롯데 자이언츠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올 시즌 펼치는 수비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다. 탄탄한 기본기에 빅리그 콜업을 받을 수 있었던 수비 테크닉과 센스를 KBO리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외야로 빠질 것처럼 보이는 땅볼 타구를 어렵지 않게 걷어내고, 아웃카운트로 연결시키는 그의 모습은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롯데가 3연속 연장 끝내기 패배의 악몽을 지울 수 있었던 것도 마차도의 명품 수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2-0으로 앞서던 6회말 2사 2, 3루에서 마차도는 유한준이 친 2루 베이스 왼쪽 방향 안타성 타구를 멋지게 걷어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동점을 막은 이 수비 하나로 자신감을 얻은 롯데는 7회초부터 득점을 쌓아가며 KT를 잡고 3연패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지난해 꼴찌였던 롯데가 현재 중위권 싸움을 펼칠 수 있는 배경엔 마차도의 수비 기여가 적지 않다는 평가. 상대 타점으로 연결될 만한 타구들을 잇달아 막아내는 그의 활약은 단순한 아웃카운트 확보 뿐만 아니라 투수들의 투구수, 이닝 소화 체력 보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야수들의 수비 능력에 대한 신뢰는 투수들이 보다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공을 던질 수 있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올해 적극적으로 시프트를 전개 중인 롯데 벤치의 전략에서도 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발을 갖춘 마차도는 중심축 노릇을 하고 있다. 잇단 실책에 이닝을 질질 끌다 무너지면서 꼴찌까지 추락했던 지난해 롯데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올 시즌 행보에서 마차도의 역할을 빼놓기 어렵다.
마차도는 최근 들어 공격에서도 서서히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KT전에선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상대 집중 견제에 시달리면서 한때 타율이 1할9푼6리까지 추락하기도 했지만, 적응기를 마친 뒤부터는 시즌 초반과 같은 자신감 있는 스윙을 펼치고 있다.
마차도의 꾸준한 활약 여부는 체력 관리에서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자리의 특성상 매 경기 소모되는 체력은 상당한 편. 한국에서의 첫 시즌임을 고려하면 체력 부담이 증가하는 여름을 어떻게 넘기느냐도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마차도를 지탱할 백업으로는 신본기, 김동한이 꼽힌다. 롯데 벤치는 마차도를 지명 타자로 쓰고 백업을 기용하는 방식의 돌파구를 그리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