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바뀐 풍경, 골프장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대회에서 보기 힘든 쟁쟁한 해외파가 대거 출전했다.
메이저 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 대회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풍부했다.
결과적으로 해외파 잔치가 됐다. 4라운드 내내 해외파가 선두를 지킨 가운데 결국 우승은 유소연(30)이 차지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 김효주(25)와 경쟁 끝에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유소연은 21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미국-오스트랄아시아 코스, 파72, 총 692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1개, 보기 1개로 이븐파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김효주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2억5000만 원을 차지했다. 유소연이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8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치른 신지애와의 3차례 연장 승부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이로써 유소연은 5개국의 내셔널 타이틀을 획득하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이전까지 2009년 오리엔트 중국여자오픈을 시작으로 2011년 US여자오픈, 2014년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2018년 일본여자오픈 등 4개국 내셔널 타이틀을 따냈다. 정작 모국의 내셔널 타이틀이 없었던 아쉬움을 12년 만에 풀 수 있게 됐다.
유소연은 경기 후 "내셔널 대회에서 4번을 우승했는데 정작 우리나라 내셔널 타이틀 없어 아쉬웠다. 준우승 했던 2008년은 제가 그동안 많이 아쉬웠던 대회였다. 비를 많이 맞으면서 연장전을 했는데, 이제는 (신)지애 언니와 치른 좋은 연장전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후련함을 표했다.
KLPGA 대회 통산 10번째 우승. 마지막 우승은 2015년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이었다.
LPGA에서 활약 중인 유소연은 2018년 6월 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에서 통산 6승을 달성한 이후 2년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유소연은 이날 마지막 홀까지 4타를 줄인 김효주의 맹추격을 받았다. 하지만 유소연은 끝까지 흔들림이 없었다. 18번 홀(파4)에서 두 선수의 세컨드샷이 모두 벙커에 빠졌다. 김효주가 먼저 파 세이브 거리에 붙였다. 유소연은 차분하게 김효주보다 더 가까운 탭 인 거리에 붙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2014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여자오픈 2승을 노렸던 김효주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 2개로 2언더파를 기록,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7일 롯데 칸타타 오픈 우승으로 '부활'을 알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효주는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상금 1억원을 보태며 상금 부문 선두(약 3억2천400만원)로 치고나갔다.
해외파 잔치 속에 지난해 KLPGA 투어 전관왕 최혜진(21)이 국내파의 자존심을 지켰다. 최혜진은 이날 2타를 줄여 최종 9언더파 279타로 3위에 올랐다. 공동 2위로 챔피언조에서 출발한 오지현(24)은 3타를 잃어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이날 2타를 줄인 김세영과 함께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은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6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LPGA가 중단된 상황. 국내대회로 몰린 해외파는 명불허전의 실력을 뽐냈다. 특히 지난 2월 이후 실전이 없었던 유소연의 우승은 놀라운 반전이었다.
유소연은 "사실 이번 대회 우승 욕심은 많이 없었다. 오히려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오히려 기대감이 없어 마음이 편했고, 잘 쉰 덕분에 끝까지 최선 다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지난 2월 대회 때 좋은 감각을 유지했기 때문에 자신감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7월 말 재개되는 LPGA 참가 스케줄에 대해 그는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많은걸 결정하려고 했다. 경기 내용에 따라 경기를 해도 될 지 결정하려 했는데 일단 경기감각이 좋다는 결론은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보완해 추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