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김수현의 군제대 후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은 tvN 새 토일극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첫 방송부터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다.
20일 첫 방송된 '사이코지만 괜찮아' 1회는 평균 6.1%, 최고 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달성했다.
tvN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은 평균 4.3%, 최고 5.1%로 지상파 포함 전 채널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특히 40대 여성시청층에서는 최고 10.6%까지 치솟으며 저력을 입증했다.
이날 방송된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국내 드라마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애니메이션 프롤로그로 포문을 연 새로운 시도가 몰입감을 높여 시선을 빼앗았다. 특히 김수현 서예지 오정세 박규영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명연기는 물론 동화 속 비주얼을 연상시키는 의상, 미술, 색감 등이 박신우 감독 특유의 연출 센스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색다른 웰메이드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이어 꿈도 희망도 없이 고단한 삶을 살아가던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와 반사회적 인격 성향을 가진 동화작가 고문영(서예지)의 충돌이 심상치 않은 파동을 일으켰다. 이날 동화책 낭독회를 위해 병동에 온 고문영은 흩날리는 벚꽃 아래 문강태와의 만남에서 "필요할 때 내 앞에 나타나 주면 그게 운명"이라며 제 할 말만 남긴 채 유유히 사라졌다.
이후 병실을 탈출한 환자로 인해 낭독회는 중단됐고 그가 어린 딸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함을 알게 된 고문영은 차갑게 분노했다. 이 때 통제 불가능에 빠진 환자가 고문영에게 달려들어 목을 졸랐고, 동시에 그녀에겐 어린 시절 아버지가 목을 조르던 트라우마가 오버랩 됐다. 이에 정당방위로 그를 위협하려던 고문영을 급히 뛰어온 문강태가 막아서면서 두 남녀가 재회, 피투성이가 된 손에도 개의치 않고 환자를 지키려한 그와 "운명, 아니었네"라며 말을 번복하면서도 흥미로운 눈을 한 그녀는 서로에게 강렬히 각인됐다.
그 난동 끝에 자폐 스펙트럼(ASD)을 가진 형 문상태에게 약속한 고문영 사인 미션을 잊어버린 문강태는 절친 조재수(강기두)와 함께 위조 작업에 들어갔지만 단박에 들통나 웃음을 자아냈다. 자신만의 세계에 쏙 들어가 토라진 문상태를 어르고 달래는 둘의 고군분투는 짠하면서도 유쾌함을 터뜨렸으며 애틋한 형제, 현실 절친의 브로맨스 케미가 빛났다.
그런가 하면 고문영의 포스에 꼼짝달싹 못한 출판사 대표 이상인(김주헌)과 직원 유승재(박진주)의 티격태격도 코믹함을 더했다. '괜찮은 정신병원'의 간호사 남주리(박규영)가 병원에 입원한 고문영 아버지의 수술 동의서를 받기 위해 직접 그녀를 찾아갔을 때, 둘 사이의 은근한 신경전은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과거사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1회 말미에는 고문영을 비정상으로 여기던 문강태가 자신이 알던 "눈빛에 온기가 전혀 없는" 누군가와 똑같은 그녀의 눈빛을 확인하기 위해 출판사를 찾아왔다. 그 여자가 무서웠냐는 물음에 "좋아했어, 내가"라는 뜻밖의 말을 내놓은 문강태의 눈은 고요하면서도 단단했고, 오히려 방어 기제처럼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고문영의 표정이 흔들렸다. 묘한 설렘 기류가 터져 나온 둘의 로맨스 폭격 엔딩은 그대로 시청자들을 흠뻑 빠져들게 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색을 가진 캐릭터들과 촘촘한 서사 속 5년 만의 드라마로 복귀한 김수현의 존재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극의 중심을 이끌었다. 서예지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 오정세는 또 한 번 감탄을 불러일으키며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박규영 역시 현실 공감을 더하는 섬세한 표현력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은유적 센스를 자유자재로 화면에 구현한 박신우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센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동화적 코드를 활용한 화려한 미술 장치 등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새로운 시도와 요소들이 넘쳐나 '역대급'이란 호평을 얻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