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다시 고민해보고 확실하게 마음의 결정을 하라고 했다."
1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은 투수 강지광에 대해 묻자 희미한 미소를 띄었다.
강지광은 16일 강화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타자로 돌아갔던 그는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쪽을 택했다.
그가 투수 글러브를 끼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9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뒤 야수로 전향했던 그는 히어로즈(현 키움) 이적 뒤에도 수 차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2018년 2차 드래프트로 SK 유니폼을 입은 뒤 투수로 재전향했다. 그해 4경기 등판한 강지광은 지난해 25경기 2승4패6홀드, 평균자책점 3.95로 투수로 자리를 잡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6월 16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을 마친 뒤 어깨 통증으로 더 이상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어깨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강지광은 계속 통증을 호소했고, 마음 한켠에 미뤄뒀던 타자의 꿈을 다시 끄집어냈다. 외야수로 올 시즌을 준비한 그는 시즌 전 자체 청백전에서 마무리 투수 하재훈을 상대로 아치를 그리기도 했지만, 두터운 외야 뎁스라는 현실의 벽을 마주한 뒤 또다시 고개를 늘어뜨렸다.
염 감독은 "강지광 본인이 2군 감독을 통해 (투수 전향을) 요청했다고 하더라"며 "소식을 접한 뒤 (사무실로) 일단 오라고 했다. 본인 이야기를 듣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강지광에게 '이제 결정을 내리면 되돌릴 수 없다. 다시 고민해보고 확실하게 마음의 결정을 내렸을 때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며 "며칠 뒤 강지광이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다시 기회를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강지광이 '야수에 대한 미련을 버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팔 통증도 없어졌다'고 하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여전히 염 감독은 강지광을 응원하고 있다. 그는 "타자보다 투수로써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장 지도자들의 판단"이라며 "지도자는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결정은 스스로 인생인 선수 본인 몫이다. 본인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면, 그 길로 잘 도와주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지광은 성실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정말 도와주고 싶은 선수"라고 말했다.
강지광은 한화 2군전에서 팀이 4-7로 뒤지던 4회초 마운드에 올랐으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4안타(1홈런) 3실점으로 무너졌다. 만족할 수 없는 결과물이지만, 더 이상 돌아갈 길이 없는 그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