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대학과 프로는 확실히 다르더라."
경남FC 설기현 감독은 '하나원큐 K리그2 2020' 개막을 앞두고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지도자 중 한 명이다. 2002 한-일 월드컵 스타로 아직까지 많은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가 프로 첫 지도자 생활을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5년 은퇴 후 곧바로 성균관대에서 감독을 했고, 지난해에는 성남FC에서 전략강화부장으로 일하기는 했지만 프로에서 지도자 수업 없이 곧바로 감독이 되니 기대 반, 걱정 반의 시선이 따랐다.
이제 갓 40세를 넘긴 젊은 스타 감독. 처음 감독이 되고나서 의욕이 넘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남FC라는 팀도 지난 시즌까지 K리그1에서 뛰었던만큼 전력적으로 약한 팀이 아니기에 K리그2에서 승승장구하는 청사진을 그려놓고 시즌을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막 후 초반은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지난 5라운드까지 1승3무1패를 기록하며 우승 후보, 승격 후보로서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 15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안산 그리너스와의 홈경기에서 백성동 박기동의 연속골로 2대1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공-수 모두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등 아직 팀으로 완전치 않은 모습이었다. 개막 전 동계 훈련에서 포부를 밝혔던 '설기현식 축구'가 아직은 경남에 제대로 이식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설 감독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 설 감독은 "동계 훈련에서 준비한 것과 지금의 축구가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 대학 무대와 프로는 확실히 달랐다"고 말했다. 이상적으로 그려놓은 시나리오가 있는데, 이게 실전에서 100% 구현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설 감독의 축구가 완성되는데 경남의 선수 구성이나 조직력이 미흡한 것일 수도 있고, 상대들이 예상보다 강해 원하는 축구가 나오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이럴 때 이상향만 외치면 팀이 한순간에 망가질 수 있다. 때문에 설 감독은 나름의 임기응변을 하고 있다. 그는 "준비한 것에서 변화를 주면 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래도 변화를 주고 있다. 다행히 선수들이 이를 잘 따라주고 있다. 나도 이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전 같은 경우, 이전까지 잘 쓰지 않았던 스리백을 들고나왔다. 몇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어찌됐든 새 전술로 이긴 것에 의미를 뒀다.
설 감독은 마지막으로 "늘 우리가 준비한대로 완벽한 경기를 할 수는 없다. 어떤 상황이 와도 슬기롭게 극복을 해야 한다. 연승도, 연패도 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마지막까지 가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은 K리그2에서 상위권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점점 좋아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