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연패 끊는 순간의 기분? 솔직히 2018년에 가을야구 했을 때보다 더 좋았다."
한화 이글스의 18연패 탈출. 끝내기를 때린 노태형이 그날의 영웅이었지만, 수훈갑은 단연 김범수였다.
김범수는 지난 10일과 11일, 14일에 잇따라 등판해 총 140개의 공을 던졌다. 특히 11일 롯데 자이언츠 전에서 롱릴리프로 65구를 던졌던 만큼, 14일 두산 베어스와의 서스펜디드 경기에 다시 등판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전날 저녁에 송진우 코치님이 전화를 주셨다. '팀 상황이 어렵다. 괜찮겠냐' 하시기에 '제가 나가겠습니다' 했다."
김범수는 등판 당시의 컨디션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공을 던질 때 뒤에서 팔을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다. 연패를 끊는데 내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날 김범수는 3⅓이닝 1실점으로 한화 마운드를 책임지며 팀의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특히 첫 이닝이었던 4회 자신이 자초한 2사 만루 위기를 삼진으로 벗어난 뒤 뜨거운 포효로 팀 분위기를 달궜다. 김범수는 "팀이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내가 그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사실에 열이 받았다. 원래 마운드에서 표현을 잘 안하는 편인데…"라며 멋적어했다. 김범수의 역투 덕분에 한화는 아껴둔 에이스 서폴드를 다음 경기에 투입, 2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연패 기간 동안은 귀신에 씌인 기분이었다. 우리 타구는 잘 맞아도 정면으로 가고, 다 잡혔다. 상대팀은 빗맞아도 안타가 되더라. 14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올해 그렇게 잘 풀린 하루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김범수는 한화에 보기드문 150㎞ 강속구를 지닌 좌완투수다. 지난해에는 젊은 선발을 찾던 한용덕 전 감독의 선택을 받아 총 16차례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5승9패 평균자책점 5.68로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김범수는 "한용덕 전 감독님께서 제게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했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어제 전화를 드렸더니 '야구 잘하는 김범수 선수 아냐?' 하고 받으시더라"고 덧붙여 좌중을 웃겼다.
김범수는 올해 롱릴리프에 전념하고 있다. 시즌초 부진으로 2군을 다녀온 뒤 불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6월 들어 7경기 10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53, 삼진 10개로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김범수는 "송진우 코치님께 힘을 빼고 던지는 법을 배웠다. 80%의 힘으로 던지니까 구속은 비슷한데 제구가 잡히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우람에게 배운 체인지업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그는 "유튜브로 메이저리그를 보던 중 나만의 그립이 딱 잡혔다. 그렇게 완전히 내 공으로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서폴드와 채드벨, 두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토종 선발진을 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올시즌 장시환 김민우 장민재 김이환 등이 나섰지만, 안정감을 보여주진 못했다. 최근 김범수의 컨디션이 남다른 만큼, 선발 전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원호 감독 대행은 "코치진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김범수도 선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투수가 선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 아니겠나. 만약 (최원호 감독 대행이)시켜주신다면, 잘하고 싶다. 좀더 여유있게,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