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첫 동행은 3일만에 끝났다.
롯데 자이언츠 포수 지성준(26)은 지난 13일 1군 말소돼 다시 2군팀에 합류했다. 정보근의 장염 및 고열 증세로 갑작스럽게 1군 콜업 통보를 받았던 그는 11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부터 13일 잠실 LG 트윈스전까지 3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주말시리즈 마지막 경기인 14일 다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지성준에 대해 "2군에서 수비와 타격을 좀 더 가다듬고 하면 언제든 올려서 쓸 생각"이라며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건 개인 프라이버시도 있으니 얘기할 수는 없지만, 선수 본인에게는 얘기했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13일 경기를 마친 뒤 원정 숙소에서 지성준을 직접 불러 1군 말소를 직접 통보했다.
1군 3경기에서 드러난 지성준은 '수비 불안'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2일 LG전에서 댄 스트레일리가 던진 변화구 블로킹에 실패해 실점으로 연결됐고, 13일에도 박세웅의 폭투를 막지 못하면서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블로킹뿐만 아니라 변화구 포구에서 전체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강점으로 꼽혔던 타석에선 타율 2할5푼(8타수 2안타), 2타점 3볼넷을 기록했다. 두 차례 도루 저지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타격 면에선 정보근에 비해 나은 면이 분명했지만, 수비에서의 약점은 두드러졌다.
허 감독이 지성준을 다시 2군에 내린 것은 안방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여전히 수비에 맞춰져 있음을 시사한다. 지성준이 타격에선 제 몫을 어느 정도 해냈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 롯데 포수진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수비 불안 해소다. 시즌 전 경쟁에서 정보근은 이 조건을 가장 잘 충족했고, 김준태도 정규시즌 들어 포구 불안을 빠르게 지웠다. 허 감독 입장에선 1군 포수 엔트리를 정보근, 김준태로 채우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 5명의 등판 순서에 따라 정보근-김준태의 전담 포수 활용을 밝힌 바 있다. 수비 뿐만 아니라 배터리 호흡까지 고려된 이 구상이 선발진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갑작스럽게 1군에 올라와 새롭게 사인을 익혀야 했던 지성준에게 애초에 주어진 시간은 정보근의 복귀 시점 정도였다. 현재 롯데 1군 엔트리 내에서 지성준의 입지를 다지긴 애초부터 무리였다.
이럼에도 시선은 엇갈린다. 과연 지성준 스스로 2군행을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주어졌냐는 것이다. 1군 콜업 자체가 정보근의 컨디션 불량이라는 변수에서 출발하면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허겁지겁 1군에 올라온 지성준에게 3경기는 1군 사인 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와 지향점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시간은 아니었다. 수비 불안도 이런 상황적 측면에서 해석해 볼 여지가 있다. 특수포지션인 포수의 무게감을 고려해도 김준태라는 대안이 존재하고, 정보근의 컨디션을 100% 확신할 수 없는 가운데 지성준이 다른 야수들처럼 충분한 시간을 부여받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정보근과 김준태가 개막엔트리부터 꾸준히 기회를 부여 받으며 행크 콩거 배터리 코치의 지도아래 성장세가 두드러진 점도 지적된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고,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일 뿐이다. 지성준은 3일의 시간 동안 정보근-김준태를 압도할만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허 감독은 명확한 팀 운영 플랜 속에 결단을 내렸다. 지성준 등말소를 통해 드러난 롯데의 현재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