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빅3'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원FC도 엄연한 승격후보다.
역대급 승격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하나원큐 K리그2 2020'. 개막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는 K리그1 급 전력을 구축한 '빅3' 제주, 대전 하나, 경남에 모아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과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대전 하나(승점 10)가 개막 후 무패행진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경기력 자체는 아쉽다. 안드레 루이스, 김동준만 보인다는 평가다. 제주와 경남은 더 실망스럽다. 4경기에서 1승 밖에 챙기지 못했다. 경기력도 기대 이하다.
'빅3'가 흔들리는 사이, 초반 판도를 주도하는 팀이 있다. '다크호스' 수원FC다. 수원FC(승점 9)는 최근 3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2위로 도약했다. 안산, 아산에 이어 27일에는 '빅3' 중 하나인 경남에 3대1 완승을 거뒀다. 주목할 것은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K리그2 팀 중 수원FC가 가장 안정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선두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대전 하나가 안드레의 원맨쇼에 기대고, 부천이 극단적 수비축구를 펼치고 있는 것에 반해, 수원FC는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는데다, 밸런스와 조직력이 좋다. 기록이 말해준다. 수원FC는 3연승을 하는 동안 10골을 넣었고, 1골 밖에 내주지 않았다. 사실 유일하게 패한 개막전에서도 경기력은 좋았다.
대어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빅3'에 가리기는 했지만, 수원FC도 알찬 겨울을 보냈다. 지난 1년간 K리그2 무대를 지켜본 김호곤 단장과 유소년부터 프로 무대까지 코치와 스카우트로 오랜기간 내공을 쌓은 김도균 신임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이름값은 있지만 정점에서 내려온, 비싼 자원들이 많았던 수원FC는 내실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췄다. 일단 외인들을 모두 바꿨다. '득점 2위' 치솜의 이탈은 아쉽지만 안산에서 맹활약한 마사를 아시아쿼터로 영입했고, 말로니, 아코스, 다닐로 등 브라질 선수들을 더했다. 공격 일변도가 아닌 팀에 필요한 포지션에 따라 맞춤형 선발을 했다. 국내 선수들도 알짜들을 더했다. 유 현 최종환 등 베테랑과 김건웅 연제민 한정우 등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을 고르게 데려왔다.
확 바뀐 스쿼드를 하나로 뭉치게 한건 김 감독의 능력이었다. 올 시즌 프로 첫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이전부터 감독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젊은 지도자로 평가받았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힘을 더한 김 감독은 '초짜' 같지 않은 탄탄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대전 하나와의 개막전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흔들릴 법도 했지만, 빠르게 수습하며 3연승에 성공했다. 사실 초보 감독들은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김 감독은 정확하게 흐름을 읽으며 실수를 줄이고 있다. 경험 많은 김호곤 단장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뒤를 든든히 지켜주는 김 단장의 배려 속 자신만의 축구를 펼치고 있다.
김 감독은 기복이 심한 수원FC에 안정감을 더했고, 무엇보다 수원FC의 전통과도 같은 공격축구를 다시 심었다. 조덕제 감독 시절 '막공'으로 유명했던 수원FC는 최근 그 색채를 잃었다. 하지만 공격축구를 신봉하는 김 감독의 부임으로 다시 원래 색깔을 찾았다. 김 감독은 겨우내 공격 전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수원FC는 한방에 때려넣는 스타일이 많은 K리그2에서 가장 유려한 축구를 펼치고 있다. 최전방이 고민이었지만, 북한 출신 안병준이 5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는 등 최전방을 든든히 지켜주며 완성도 높은 축구를 완성했다. 김 감독은 "내가 생각했던 축구의 70% 이상 왔다"며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수원FC의 초반 선전은 돌풍이 아니다.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수원FC는 확실한 승격후보 중 하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