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심은우(29)가 '부부의 세계'를 마치며 민현서를 보냈다.
심은우는 용인대학교 뮤지컬연극학과를 졸업한 뒤 2016년 SBS 드라마 '원티드'로 데뷔했고, 이후 SBS '수상한 파트너'(2017), KBS2 '라디오 로맨스'(2018), tvN '아스달연대기'(2019)를 거치며 배우로서 한 걸음씩 나아갔다.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게'(주현 극본, 모완일 연출)에서는 주인공인 지선우(김희애)의 조력자이자, 데이트폭력을 일삼는 박인규(이학주)에게서 벗어나려는 여성 민현서 역을 맡아 열연했고, 시청자들의 연민과 사랑 속에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심은우가 출연했던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로, 28.4%라는 역대급 기록을 남기며 종영했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 신드롬급 인기와 더불어 그가 비지상파 프로그램의 벽이었던 'SKY캐슬'도 넘었고, 최종적으로는 현실적이라는 호평까지 받으며 종영해 방송사들의 '꿈의 작품'이 됐다.
심은우는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부부의 세계'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배우 생활 중 떠났던 강원도 양양군에서 심은우는 운명의 작품인 '부부의 세계'를 만났다. 당시 서핑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새 작품을 만나게 됐다는 그는 "지난해 여름을 양양에서 서핑도 배우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살았는데, '부부의 세계' 오디션을 보겠느냐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서울로 올라와 오디션을 봤다. 처음엔 '저를 어떻게 아셨을까' 싶더라. 캐스팅 디렉터님께서 '아스달 연대기'에도 도와주신 분이었는데, 이번에도 연락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심은우는 "현서가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했고, 기존 한국의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 없던 캐릭터였다고 생각했다. 현서라는 인물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양한 모습도 보여줘서 오디션 대본을 받았을 때에도 너무 하고 싶다고 했었다. '진짜 재미있고 연기하는 것 같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현서가 욕심이 났고, 진짜 누가 돼도 배가 아플 거 같았다. 내가 잘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되고 보자고 생각했다. 오디션을 열심히 준비했고, 1차, 2차, 3차 오디션에 긴장을 하면서 '마지막이다. 조금만 더 힘내자'고 생각하며 갔는데 감독님이 '뭘 또 봐'라고 하시더라. 이미 마음을 정하고 불러주신 거라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모완일 감독은 심은우에게 은인이자, 용기를 준 사람이었다. 심은우는 "정확히 몇대 몇이라는 말씀은 안 하셨지만, 현서가 된 뒤에 '현서야, 너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자부심 가져도 된다.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고, 이름이 있는 배우들도 하고 싶어 했던 역할인데 네가 된 거다. 자부심 가져도 돼'라고 하셨다. 그때 어깨가 '으쓱'해졌다"고 말했다.
심은우는 민현서를 '추운 겨울,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로 설정했다. 심은우는 "현서를 준비하면서 생각하고 이미지를 그렸던 것이, 추운 겨울 날, 앙상하고 길다란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 한마리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위험하고 위태로워 보이지만, 떨어지지는 않고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왜 날아가지 못하냐면, 그게 바로 현서의 의지라고 생각했다. 나약하고 자기 주장이 없어서 인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인규를 괜찮은 남자로 만들고 싶은 착각에 의한, 그런 자기 의지로 안 가고 못 간 거라고 생각했다. 나약해보이지만, 나약하지 않고,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는 인물을 이해하고 연기했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 민현서는 안타깝고 안쓰러운 인물이자 '고구마를 백개 먹은 듯한' 인물이었을 것. 심은우는 "보시는 분들은 고구마 백개 먹은 기분이셨을 거다. 그런데 저는 현서가 이해가 됐다. 저는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만날 때 캐릭터가 무슨 일을 하든 이 캐릭터가 이렇게밖에 할 수 없던 이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게 풀려야 남들은 다 이태오를 욕해도 이태오 스스로는 연기하는 이태오를 이해해야 하지 않나. 그런 것처럼 접근하기 때문에 저도 현서가 이해가 됐다"고 했다.
심은우가 생각한 민현서의 결정적인 장면은 지선우 앞에서 박인규를 사랑하기 때문에 맞아도 도망치지 않는다고 한 것. 심은우는 "'사랑해서 그래요' 그 장면"이라며 "그 전까지는 왜 이렇게 처음에 인규와 현서가 같이 나오는 장면은 보닛에 얼굴을 쳐박는 장면으로 시작하지 않나. 그 뒤에 선우가 현서 집에 와서 구해주는데 '왜 저렇게 맞지' 싶기도 하지만, 그 이유가 바로 '사랑해서 그래요'라면서 '괜찮은 남자로 만들 거다. 원래 저렇게 나쁜 애 아니다'라고 하는 거였다. 이게 현서의 이유이기 때문에 이 장면이 현서를 보여지기에 가장 처음 보여준 장면 같았고, 중요했던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뽑은 명장면은 극중 여다경(한소희)이 살던 집에 위장을 하고 찾아간 민현서의 모습. 여다경이 문을 열어주고 고개를 돌리자 표정이 변하는 민현서의 얼굴이 담기며 긴장감을 상승시킨 바 있다. 심은우는 "시청자들이 그 장면을 그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 그렇게 편집해서 만들어주신 것은 감독님만 아셨던 것"이라며 "이게 어떻게 나와야 시청자들이 이거에 '와' 하겠구나를 아셨던 거다. 거기서 '감독님 역시, 촬영감독님 역시'라는 말이 확 나왔다. 대본도 좋았던 장면인데, 화면으로 보니까 그 모습들이 확 보이더라. 저는 나름대로 정색을 하는 연기를 했지만, 카메라가 고속으로 걸리며 임팩트 있게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은우는 마지막회를 배우들과 함께 보면서 슬픈 감정에 휩싸였었다고. 그는 "굉장히 슬펐다. 마지막 회에는 예림도, 선우도 슬펐다. 선우도 태오가 사고를 당한 줄 알고 뛰어가는 모습이 슬펐고, 감정적으로도 슬픈 모습들이 맣았다. 그러면서도 복합적으로 또 '우리 드라마가 끝났구나'하는 마음이 슬펐다"고 말했다.
최종회에서 민현서가 잘 살아가는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끝내 현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마무리됐다. 심은우는 "현서가 잘 사는 모습까지 나왔다면, 좋았을까 싶지만, 제가 연기한 현서는 아마 잘 살았을 거 같다. 현서는 여리지만 강한 인물이고, 자기 주장이 있는 친구고, 인규의 죽음으로 인해서 인규의 끈이 완전히 놓여져서 이제는 새로운 선택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추억했다.
심은우는 '부부의 세계'를 "도약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시작으로 심은우는 다음 작품으로의 도약을 시작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