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투수 드류 가뇽은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가 아끼던 자원이었다. 빅 리그 내에서도 이름 값은 애런 브룩스보다 드류 가뇽이 더 높았다. 뉴욕 메츠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가뇽을 40인 로스터에 묶어두었다. 보호선수명단과 같은 장치를 지난해 불펜으로 8경기를 소화했던 가뇽에게 걸어두었던 것. 그만큼 메츠에서 가뇽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뇽은 과감한 도전을 택했다. 스스로 구단을 찾아가 40인 로스터에서 자신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 팀도 가뇽에게 접근, 마음을 사려고 했지만 KIA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무엇보다 맷 윌리엄스 감독 선임이 KIA가 가뇽을 품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가뇽은 윌리엄스 감독에게 전화해 "'한국으로 가고 싶다'가 아니라 'KIA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 시즌 기간 변수에 사로잡혔다.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껴 코칭스태프의 관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불펜 피칭을 중단한 탓에 그만큼 연습경기 투입도 늦었다. 지난 3월 13일 첫 실전을 치르고 3일 뒤 한국 땅을 밟았다. 이후 자체 홍백전과 팀간 교류전을 통해 점차 투구수를 늘려갔다.
하지만 시즌 전 국내 감독들은 가뇽보다 애런 브룩스의 기량을 더 높이 평가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가뇽은 베일에 쌓여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토종 선발 이민우에 밀려 4선발로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것도 자존심이 상했을 법도 했다.
출발은 좋지 못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8일 대구 삼성전에서 5⅓이닝 동안 4실점(3자책)으로 부진했다. 지난 14일 대전 한화전에선 1회에만 4실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반전은 지난 20일 광주 롯데전부터 이뤄졌다. 6이닝을 소화하면서 무려 삼진을 9개나 잡아내고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26일 수원 KT전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시즌 최다인 7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키면서 3안타 1사구 8삼진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이날 가뇽의 전략은 역발상이었다. 지난 롯데전에선 포심 패스트볼 39개, 주무기인 체인지업 30개를 던졌다. 그러나 KT전에선 체인지업 비율을 줄였다. 최고 147km를 찍은 포심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공략했고, 체인지업은 27개밖에 구사하지 않았다. 가뇽은 "초구 스트라이를 잡는 것과 주무기인 체인지업 구사를 적게 가져간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파워피처'가 아닌데 탈삼진 능력이 출중하다. 4경기에서 삼진 31개를 잡아냈다. 공동 1위 구창모(NC 다이노스), 댄 스트레일리(롯데 자이언츠)와는 1개차에 불과하다. 다만 이닝별 탈삼진은 가뇽이 1.34개를 기록, 구창모(1.10개)와 스트레일리(1.14개)를 뛰어넘는다. 특히 좋은 투수로 평가받는 요소 중 하나인 삼진/볼넷 비율, 쉽게 줄여서 '볼삼비'도 가뇽이 6.2로 구창모(4)와 스트레일리(2.28)보다 크게 앞선다. '볼삼비'는 6만 넘어도 '대박' 수준이다. KBO리그 역대 최고 볼삼비는 1991년 선동열(해태 타이거즈)의 8.40이다.
무엇보다 가뇽의 퀄리티 스타트(한 경기 6이닝 3실점 이하·QS)로 KIA는 선발 7연속 QS를 작성했다. 최다 기록은 2012년 두 차례나 달성한 선발 10연속 QS였다. KIA는 2012년 7월 25일 광주 하어로즈전부터 8월 4일 잠실 두산전, 8월 29일 군산 삼성전부터 9월 9일 잠실 LG전까지 두 차례 선발 10연속 QS를 작성한 바 있다. 수원=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