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오늘 잘 오셨네요. 이근호가 첫 연습경기를 뜁니다. 첫날이니 30분 정도 뛸 겁니다."
부산과의 홈경기(1대1무) 바로 이튿날인 25일 오전, 울산 북구 강동구장에서 울산대와의 연습경기를 앞둔 김도훈 울산 감독이 그라운드를 손짓했다.
프로 16년차, 투혼의 베테랑 이근호가 긴 재활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돌아왔다. 지난 주 팀 자체경기 30분을 소화한 후 첫 연습경기였다. 휘슬 1분만에 '아기호랑이' 박정인의 선제골, 그리고 전반 11분 '이근호랑이'의 컴백골이 터졌다. 이동경의 킬패스를 이어받아 특유의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문전쇄도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공수 전환시 전력질주하며 몸 사리지 않는 열정의 플레이는 여전했다. 동료들과 소통하고, 템포를 조율하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30분간 모든 것을 쏟아낸 후 땀에 흠뻑 젖은 채 박하빈과 교체됐다. 김 감독은 "30분에서 45분, 65분, 풀타임…. 매주 단계적으로 출전시간을 늘려가는 단계다. 그래야 복귀 후에도 부상이 없다. 이근호, 박주호 모두 차근차근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양쪽 무릎에 두터운 붕대와 얼음을 '친친' 감싼 이근호는 교체 후에도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연습경기 컴백골'을 언급하자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국가대표 베테랑' 이근호는 겸연쩍게 웃었다. "그냥 운동한다 생각하고 뛰었다. 아직 90분을 소화할 몸 상태가 아니다. 연습경기는 워낙 골도 많이 들어가고 찬스도 많이 난다.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면서 "물론 골이니까 기분은 좋다"며 싱긋 미소 지었다.
코로나19 무관중 경기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근호는 울산 동료들의 경기를 매주 TV 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2연승을 달리다 부산과 첫 무승부를 기록한 데 대해 이근호는 "연승하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축구라는 게 늘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고, 조금씩 맞춰가는 상황이다. 초반 2승1무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고 봤다. "주위의 기대가 크면 아무래도 부담감이 크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면서 길게 보고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3라운드까지 '1강' 전북의 결과를 본 후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울산에 부담이 됐느냐는 우문에 이근호는 "선수들은 신경 안쓴다. 우리 것만 신경쓴다. 우리 것을 잘하자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울산의 중심' 이근호, 박주호가 재활로 빠졌는데도 '초호화 국대 군단'의 김도훈 감독은 매경기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라인업 선정을 두고 행복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이근호는 "힘든 건 사실이다. 선수라면 누구나 경기를 나가고 싶고, 경기장엔 11명만 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코칭스태프들이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모두 받아들이고 잘 준비하고 열심히 뛰고 함께 이겨내려는 마음만 갖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경쟁의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호는 복귀 시기를 묻는 질문에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1월, 무릎 수술 2개월만인 3월 조기복귀했다. 10월경 왼무릎 통증이 심해지면서 우승 경쟁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캡틴으로서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12월 1일 포항과의 최종전까지 후배들과 동행했지만 아쉽게 1골차로 우승을 놓쳤고, 그는 닷새 뒤인 12월 6일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 5개월간 선수생활의 명운을 걸고 비장한 각오로 독하게 재활에 집중했다. 반드시 '100%의 이근호'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올해는 부상 없이 뛰고 싶어서 천천히 다져서 준비하고 있다. 팬들도 분명 그런 모습을 기대하실 것이다.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단히 다져서 올라갈 것이다. 올 시즌 울산의 경기력은 많이 올라왔다. 끝까지 결과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