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요즘처럼 야구가 즐거운 건 처음이에요!"
타율 5할(38타수 19안타), 4홈런 15타점, 4경기 연속 멀티 히트에 대타 홈런 2회, 끝내기 안타까지. 2020년 강진성의 방망이는 NC 다이노스의 막강 타선에서도 가장 뜨겁다.
강진성은 지난 201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지명으로 NC에 입단, 올해로 9년차 선수다. 인생의 굴곡이 많다. 고교 시절 독보적인 거포 3루수였지만 프로 입단 후 쉽게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사이 포지션은 내야수에서 포수(경찰 야구단), 내야수, 외야수로 수차례 변경됐다. 팔꿈치 내측 인대 수술(토미존 서저리)도 겪었다. 현재 포지션은 외야와 1루다.
강진성은 여러 차례의 포지션 변경에 대해 '잘한 선택'이라고 자평했다. 강진성은 "내 역할은 주전이 빠진 공백을 메우면서 한 타석이라도 더 뛰는 것"이라며 "여러 포지션을 고루 뛸 수 있으니 출전에 유리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올시즌에는 1루수와 좌익수, 우익수를 소화했다. 1루수는 올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강진성은 "캠프 때부터 1루 수비도 준비했다. 포구 등의 어려움은 없다"고 답했다. 이젠 다소 아쉬움이 있어도 타격 보강을 위해 써야될 선수가 됐다.
올시즌 강진성의 성적은 이 같은 자신감을 보이기에 충분하다. 강진성은 지난 시즌 104타석의 기회를 받아 타율 2할4푼7리 2홈런 14타점에 그쳤다. 개막 때만 해도 백업 선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7일 모창민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동욱 감독은 모창민을 대체할 선수로 강진성과 이원재, 이상호를 두고 고민했다. 그 사이 강진성은 7일 삼성 라이온즈 전 대타 볼넷을 시작으로 8일과 10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2경기 연속 대타 홈런, 13일 KT 위즈 전 대타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존재감을 어필했다. 그렇게 주전 1루수로 꿰찬 뒤론 10경기 중 9경기에서 안타를 때렸다. 멀티 히트가 6경기(연속 4경기 포함)나 된다. 좌익수로 나선 24일 한화 전에는 시즌 첫 3안타도 기록했다.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6경기 주간 타율이 5할2푼2리(23타수 12안타)다.
타율 뿐 아니라 장타력도 돋보인다. 강진성의 시즌 장타율은 무려 8할9푼5리다. 아직 45타석으로 규정타석(52.7타석)을 채우지 못해 순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현재 장타율 1위를 다투는 로베르토 라모스(LG·7할6푼7리)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7할6푼4리)보다 1할 이상 높다. 홈런 4개로 페르난데스, 나성범(NC), 멜 로하스 주니어(키움) 등과 함께 이 부문 공동 5위에도 올라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428에 달한다.
강진성은 "시즌 전에는 레그킥을 했는데 결과가 잘 안 나왔다. 이동욱 감독님 조언을 믿고 노스텝으로 바꿨더니 잘 풀리는 것 같다"면서 "뒤에서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잘 준비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워낙 결과가 좋다보니 시합에서 여유가 생긴다. 야구가 즐겁고 재미있다"며 충만한 만족감도 숨기지 않았다.
강진성의 아버지는 KBO 야구심판 26년차 강광회씨다. 강진성은 "아버지가 '잘하든 못하든 내일도 모레도 넌 야구한다. 항상 겸손하게, 차분하게 준비하라'고 하셨다. 그 말씀처럼 매일매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성은 지난 22일 한화 전에서는 노시환의 평범한 1루 파울플라이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노시환이 그 직후 이날의 결승점이 된 투런 홈런을 치면서 이날의 패배 원인이 됐다. NC 팬이라면 연장 10회말 무사 3루에서 최형우의 '끝내기 파울 희생 플라이'를 만들어준 지난해 4월 10일 KIA 타이거즈 전이 떠오를만도 하다.
"양의지 선배님이 '네 덕분에 이긴 경기가 많아. 편하게 해'라고 말씀해주신 게 큰 힘이 됐다. 다른 선수들도 '지금처럼 잘하면 된다'고 격려해줬다."
앞서 이동욱 감독도 양의지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선수단 전체가 몬스터 시즌을 맞이한 강진성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강진성의 올시즌 목표는 '아프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많은 경기에 나갈 수만 있으면 타격은 자신있다"고 말할 만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강진성은 "NC를 지난 시즌(5위)보다 높은 순위에 올려놓겠다.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도 원한다"며 다부진 속내를 드러냈다.
창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