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극적이었던 부천대첩, 승자는 제주였다.
2020년5월26일. K리그1 경기가 없었던 화요일. 하지만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두 쏠린 경기가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하나원큐 K리그2 2020. 무관중 경기라 관중석에 입장한 팬들은 한 명도 없었지만, 수십여명의 취재진이 스탠드 한쪽을 채웠다. 타이틀이 걸린 K리그1 경기를 방불케 하는 취재 열기였다.
왜 2부리그 경기가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일까. 홈팀 부천FC 입장에서는 역사에 남을 경기였다. 부천은 원래 SK 그룹이 운영인 유공 코끼리 구단의 홈이었다. 이후 부천 SK 명패를 달고 K리그를 누볐다. 하지만 SK는 2006년 갑작스럽게 제주로의 연고지 이전을 선택했다. 구단 이름도 제주 유나이티드로 바꿨다. 팬들은 분노했지만, 구단의 결정이 바뀌지는 않았다. 결국 부천에는 시민구단 부천FC1995가 탄생했다. 2012년 프로축구연맹에 가입해 K리그2에서 경쟁을 펼쳤다.
부천 구단과 팬들의 목표는 하나였다. K리그1으로 올라가 제주 유나이티드와 맞붙어 승리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민 구단의 한계로 K리그2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제주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지난 시즌 제주가 K리그1에서 충격이 다이렉트 강등을 당했기 때문이다. K리그2로 떨어진 제주. 언젠가 부천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두 팀의 역사적인 첫 맞대결, 공교롭게도 제주가 부천 원정길에 올랐다.
경기를 앞두고 양팀 분위기는 극명히 갈렸다. 홈팀 부천은 개막 후 3연승 신바람을 달렸다. 반대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제주는 개막 후 1무2패,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늘 도전자로 준비한 부천FC 선수들은 무조건 제주를 잡아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질 경기였다. 제주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양팀 선수들 모두 긴장했는지 경기 초반 치열한 탐색전이 펼쳐졌다. 엔트리에 외국인 선수를 1명도 포함시키지 않은 제주는 선수들끼리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제대로 된 공격을 펼쳐보지 못했다. 부천은 두 외국인 선수 바이아노와 바비오를 앞세워 제주를 압박했다. 전반 18분 조수철의 중거리슛과 38분 이현일의 헤딩슛이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선제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후반에는 내리지 않던 비까지 내리며 양팀의 혈투를 더욱 처절하게 만들었다. 후반에는 잠잠하던 제주가 분위기를 타며 일방적인 공격으로 부천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부천의 단단한 수비벽에 공격이 가로막혔다.
그렇게 양팀의 경기는 0대0 무승부로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승부가 갈렸다. 후반 종료 직전, 우측 측면에서 김영욱의 크로스를 받은 주민규가 천금의 결승 헤딩 득점을 만들어냈다. 제주 선수들과 남기일 감독은 마치 우승을 차지한 듯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이 경기가 얼마나 그들에게 중요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오프사이드를 놓고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제주는 이 승리로 개막 후 3경기 무승의 침울했던 분위기를 단숨에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우승 후보로서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게 됐다. 반대로 부천은 아픔을 갖고 있는 팬들에게 꼭 승리를 선물해야 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집중력 부족으로 땅을 쳐야 했다. 정규리그 8연승, 10경기 연속 득점 기록도 모두 종료됐다.
부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