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강정호가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을까.
KBO는 21일 "강정호가 20일 오후 공식적으로 임의탈퇴 해제 공문을 접수했다. 상벌위원회는 다음주중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2015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다. 따라서 KBO 규정상 선수 보유권은 키움 히어로즈에 있다. 하지만 강정호는 구단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임의탈퇴 해제를 추진했고, 급기야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식 요청하는 등 전례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 KBO는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으니 절차에 따라 상벌위를 열 뿐이다.
KBO 규약상 임의탈퇴 해제 신청은 '선수가 총재에게' 하도록 되어있다. 선수의 권리를 침해할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임의탈퇴 선수는 소속 구단으로만 복귀할 수 있다. 때문에 구단과 사전 협상을 거치고, 구단 측이 해제를 신청하며 선수가 작성한 신청서를 동봉하는게 일반적이다. 강정호처럼 독자 행보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강정호의 처분은 야구규약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대한 제재 규정'의 적용 여부가 관건이다. 해당 규정상 3회 이상의 음주운전을 한 선수는 3년 이상 실격처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2018년 개정되면서 가중처벌로 만들어진 조항이다. 강정호의 3번째 음주운전은 2016년 12월이었고, KBO리그 소속일 때 벌어진 일도 아니다. 여기에 대해 상벌위가 어떤 해석을 내리느냐가 강정호의 징계 형량을 결정할 전망이다.
강정호는 1987년생, 올해 33세다. 강정호로선 KBO에서 1년 정도의 징계가 나온다 해도, 구단에서 추가 징계를 내릴 경우 선수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KBO의 징계를 먼저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키움과 복귀 여부를 두고 협상을 시도할 생각일수도 있다.
임의탈퇴 선수 역시 말소(방출)가 가능하다. 강정호 관련 구설에 시달리기 싫다면, 징계 여부와 별개로 키움이 강정호를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빅리그에서도 파워 하나만큼은 통하는 모습을 보여준 강정호를 키움이 직접 쓰지 않는다고 해서 풀어줄 이유도 없다.
적어도 강정호가 그라운드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분명하다. 강정호는 프로야구 선수협 사무총장 출신인 김선웅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복귀 절차를 진행중이다. KBO 규약과 선수 권익 관련 규정만큼은 최고의 전문가를 선택한 셈이다.
다만 음주운전이 한차례 적발만 돼도 방출 또는 임의탈퇴 처리되는 요즘이다. 음주운전 '삼진 아웃'으로 실형을 받은 강정호의 복귀에 대한 국민 감정이 긍정적일리 없다. '집행유예'는 형의 집행을 미뤘을 뿐 엄연한 유죄 확정 판결이다. 현재 KBO리그에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선수는 거의 없다. 과거 성폭행 유죄 판결을 받고 방출됐다가 복귀를 타진했던 경우도 있었지만, 그때도 KBO 상벌위까지 가기 전에 여론의 압박에 밀려 없던 일이 됐다. 강정호처럼 KBO에 상벌위 개최를 정식으로 요청하기에 이른 경우는 사상 초유다.
강정호는 2016년 12월 음주운전 뺑소니가 적발됐고, 재판 과정에서 과거 두 차례의 음주운전도 추가로 밝혀졌다. 지난 2017년 3월 3일 첫 재판에서 '3진아웃'이 적용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의 구형은 벌금 1500만원이었지만, 법원이 사안의 중대성을 문제삼아 양형을 올린 보기드문 경우다. 강정호는 2심 항소 기각 이후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메이저리그에 재진출했지만, 2019년 피츠버그에서 방출된 뒤 무적 신분으로 지내왔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