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값진 승리다.
KT 위즈가 주말 3연전 싹쓸이에 성공했다.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스윕패로 고개를 숙였던 KT는 안방에서 가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말 3연전을 쓸어 담으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자칫 하위권에 고착화될 수 있었던 순위 반등에 시동을 건 중요한 승리다.
스윕을 완성한 17일 경기는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바로 베테랑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운 아우들의 활약이 바탕이 됐기 때문. 이날 경기를 앞두고 KT는 주장 유한준(39)이 우측 내전근 근막 파열로 6주 진단을 받은 뒤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시즌 전 잔부상에 시달렸던 부주장 박경수(36)는 컨디션 난조, 포수 장성우(30)는 오른쪽 손날 통증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신인 강현우(19)를 비롯해 조용호(31), 박승욱(28) 등 아우들이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KT는 그동안 베테랑의 힘에 크게 의존해왔다. 2015년 KBO리그 참전 후 베테랑들이 줄곧 신예들의 성장 밑거름 역할을 했다. 첫 5할 승률을 달성하고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펼친 원동력도 유한준, 박경수의 리더십과 나머지 베테랑 선수들의 존재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올 시즌을 앞두고도 팀이 계획한 미국 스프링캠프 일정보다 앞서 현지에서 개인 훈련에 돌입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베테랑의 책임감, 팀을 위한 헌신이 밑바탕이었다. 하지만 KT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선 누구든 베테랑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홀로서기'가 가능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형님들이 빠진 자리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결과까지 만들어낸 아우들의 활약은 이강철 감독 뿐만 아니라 KT 구성원 모두가 바라던 그림이었다.
유한준은 이달 내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다. 박경수, 장성우는 관리가 필요하다. 결국 '95년생 라인'인 심우준, 김민혁, 배정대와 강백호(21), 강현우 등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주축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 조용호나 멜 로하스 주니어(30), 황재균(33)이 힘을 보탠다고 해도 타선의 연결고리 및 득점 생산에 필수적인 젊은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한다면 어렵게 반등 실마리를 잡은 KT의 발걸음도 다시 꼬일 수밖에 없다.
더이상 '신생팀' 꼬리표 뒤에 숨을 때는 지났다. 이젠 형님들이 닦아놓은 터전을 아우들이 가꾸고 키워야 한다. 이제 KT의 5강 진출 목표 달성 여부의 키는 아우들이 쥐게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