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괜찮아야할 텐데요. 오늘 잘하고 있었는데…이따 병원에 가보려고요."
안타깝고 기묘한 경기였다. 2경기 연속 날아간 김민우의 시즌 첫 승부터 잇따르는 선수들의 부상, 한화 박상원과 롯데 허문회 감독의 '괴성 논란'에서 촉발된 양팀 선수단의 신경전, 또다시 무너진 한화 불펜, 동점 홈런 직후 한동희의 눈물까지 버라이어티한 일의 연속이었다. 승부를 매조지한 것은 끝내기 보크였다.
이날 김민우는 지난 KIA 타이거즈전 7이닝 무실점에 이어 또다시 7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채 내려왔지만, 불펜이 동점을 허용하며 시즌 첫승의 기쁨을 미뤄야했다. 하지만 한화가 승리한 이상 그래도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김민우였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김민우는 후배 이승헌 걱정에 표정이 어두웠다. 두 살 차이인 두 사람은 용마고 시절 3학년 선배와 1학년 신입생으로 함께 했던 사이다.
김민우는 "좋아하는 후배다. 오늘 맞대결이 되서 '우리 둘 다 잘 던지면 좋겠다' 생각했다"면서 "(이)승헌이가 괜찮아야할텐데 걱정이다. 잘 던지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벌어졌다. 안타깝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이승헌은 3회 경기 도중 투수 강습 타구에 머리를 강타당하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김민우는 "너무 놀랐다. 사실 지금도 아직 놀란 상태다. 시합 중간에 그런 일이 벌어져서…얼른 낫고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며 자기 잘못인양 미안해했다. 이어 "퇴근하는대로 병원에 가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용덕 한화 감독도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승패를 떠나 롯데 이승헌 선수의 부상이 걱정된다. 하루빨리 쾌차하길 빈다"며 코유를 기원했다.
김민우는 올시즌 150㎞의 강속구를 되찾으며 부활 찬가를 부르고 있다. 이날 호투도 최고 구속 150㎞의 직구와 133㎞의 포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덕분이었다.
하지만 김민우는 구속 회복과 올시즌 활약에 대해 "실전에서 150㎞를 던져보긴 올해가 처음이다. 구속이 잘 나오다보니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기술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다기보다는, 자신감이 붙은 게 좋은 결과로 연결된 거 같다"면서 "(최)재훈이형과 야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내 역할만 하면 잘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