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어떤 종목이든 일단 우승을 이끈 감독에게는 자연스럽게 '명장'이라는 칭호가 붙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승하지 못했어도 '명장'이라고 불리는 감독들이 있다. 뛰어난 리더십과 탁월한 지도력을 갖추고 오랫동안 팀을 이끌어 온 감독들에게는 '명장'이라는 칭호가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마련이다. 남자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유도훈 감독(53)이 대표적이다. 그런 유 감독이 아직 이루지 못한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다시 도전한다. 주어진 기한은 2년이다.
전자랜드는 지난 15일 유 감독과 2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이로써 유 감독은 전자랜드와 또 다시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2009~2010시즌 초반에 감독 대행으로 출발한 뒤로 올해까지 햇수로만 벌써 11년째다. 여기에 앞으로 '최소' 2년 더 인연이 이어진다. 전자랜드와 유 감독은 지난 2010년 4월 처음으로 정식 감독 계약을 맺은 뒤 지금까지 세 번(2013, 2017, 2020)이나 재계약을 반복하며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유 감독은 전자랜드의 역대 최장수 감독으로서 '전자랜드의 상징'과 같은 이미지를 굳혔다. 전자랜드 홈팬들에게도 상당히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전자랜드의 홈구장인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경기가 열릴 때면 유 감독의 개인 팬클럽이 상당수 찾아와 플래카드를 걸고 응원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타 플레이어 못지 않은 인기다.
유 감독이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이유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우 성실하게 팀을 잘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성적 면에서도 꽤 경쟁력있는 모습을 보였다. 유 감독은 전자랜드에서만 292승을 거둬 역대 두 번째 '단일 구단 최다승 감독'이다. 이 추세라면 2020~2021시즌 초반에 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역대 두 번째 '단일구단 300승' 기록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유 감독에게 딱 한 가지 부족한 게 있다. 바로 '우승 경력'이다. 유 감독은 전자랜드 정식 감독이 된 2010~2011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9시즌 동안 총 8번이나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놨다. 2019~2020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리그가 조기 종료돼 플레이오프 자체가 열리지 못했지만, 정상적이었다면 무난히 플레이오프 진출이 예상됐다.
이렇듯 플레이오프 단골 손님이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플레이오프 스테이지에서 계속 고배를 들었다. 가장 근접했던 게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뒤 4강 PO에서 창원 LG를 꺾고 창단 최초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으나, 현대모비스에 1승4패로 또 무릎을 꿇었다.
때문에 유 감독에게는 '비운의 명장'이라는 칭호도 붙는다. 분명 확실한 지도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 감독 역시 이런 역사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재계약 이후 다시 한번 '우승'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과연 유 감독이 다시 주어진 2년의 시간 동안 우승의 최종 목표를 이뤄낼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