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강한 2번타자'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작전 수행, 타선 연결이라는 전통적 개념의 2번타자 역할론은 이미 깨졌다. 최근 선취점과 빅이닝, 공격야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강한 2번타자를 선호하는 사령탑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팀이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다. LG 류중일 감독과 두산 김태형 감독은 정형화된 공격 야구를 지향한다. 2번 타순에 팀내에서 타격능력이 가장 뛰어난 타자를 넣어 시즌 초 경기를 치르고 있다.
김현수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다. 둘은 중장거리형의 정교한 타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출루와 해결 능력을 고루 갖춘 타자라는 이야기다. 다만 페르난데스가 지난해부터 붙박이 2번 타자로 나선 것과 달리 김현수는 최근 2번 타순에 전진배채됐다.
2번 김현수 카드를 앞세워 최근 3연승을 달린 류중일 감독은 "원래 김현수를 2번에 넣고 싶었다. 올해는 4번 라모스가 잘 하면 2번에 김현수를 넣겠다고 전지훈련 때부터 얘기했는데, 라모스가 잘 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2번 김현수, 3번 채은성, 4번 라모스로 가는데, (부상중인)이형종이 오면 상황을 보고 3번, 5번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수는 지난 13일 잠실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을 올리며 14대2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 10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3경기 연속 2번 타자로 출전했다. 이 기간 합계 15타수 9안타, 6타점, 4득점을 마크했다. 출루와 해결, 모자람 없는 활약을 보여줬다. 반발력이 준 공인구가 도입된 지난해 김현수는 다소 부침을 겪었다. 해서 올해는 히팅포인트를 앞에 놓고 치는데 주력하고 있다. 타격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고 정확히 맞힌다는 마인드다. 김현수를 2번에 기용하면서부터 LG 타선의 집중력은 배가 돼다. 3연승 동안 팀 타율은 3할4푼5리, 게임당 득점은 11점이다.
김현수는 어느덧 최다안타 부문서 1위 페르난데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둘다 15안타를 쳤고, 페르난데스가 타율 5할1푼7리로 이 부문 1위, 김현수가 4할8푼4리로 2위다. 페르난데스는 13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타수 무안타로 주춤했지만, 앞서 4안타 경기를 두 번이나 펼치는 등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대신 페르난데스는 이날 볼넷 2개를 얻어내며 여전히 탁월한 선구안을 자랑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최다안타왕에 올랐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와 시즌 막판까지 경쟁을 벌인 끝에 197안타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김현수와 마찬가지로 헛스윙 비율이 적고,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다. 지난해 645타석에서 54삼진, 올해는 32타석에서 3삼진을 기록했다. 김현수는 지난해 595타석에서 52삼진, 올해는 32타서에서 2삼진을 기록중이다. 투수 입장에서는 도대체 던질 구석이 없는 타자들이다.
페르난데스 역시 필요할 때는 큰 것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장타력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5홈런, 88타점을 올린 그는 올해 득점권에서 타율 6할6푼7리(6타수 4안타)를 쳤고, 지난 10일 잠실 KT 위즈전에서는 4회 3점홈런을 터뜨리며 시즌 첫 홈런을 등록했다.
빈틈없는 '강한 2번타자들'의 안타 대결이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