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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캐논'→'어쩌다마주친 그대"…'슬의생' 밴드곡 선정의 비밀 "철저히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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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요소였다. '응답하라 1997'에서는 주인공 서인국과 정은지가 쿨의 '올 포 유'를 불러 인기를 재점화시켰고 '응답하라 1994'에서는 90년대 음악들이 대거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로이킴의 '서울 이곳은'부터 정우 유연석 손호준 등 주연배우들이 함께 부른 '너만을 느끼며'까지 큰 인기를 얻었다.

'응답하라 1988' 역시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시작하는 '걱정말아요 그대'를 전인권의 원곡과 이적의 새버전으로 동시에 등장시켜 화제가 됐다. 또 김필과 김창완이 함께 부른 '청춘'이나 오혁의 '소녀' 등 숨겨진 명곡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처럼 '응답하라' 시리즈는 당시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레트로 음악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은 현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레트로 음악이 들어설 곳이 마땅치 않다. 때문에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이익준(조정석) 안정원(유연석) 김준완(정경호) 채송화(전미도) 양석형(김대명) 등 주인공 5인방을 밴드로 설정해버렸다. 신 PD는 밴드를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밴드는 이들의 관계를 좀 더 끈끈하게 보여주고 과거 음악을 효과적으로 가져오기 위한 장치"라며 "'응답하라' 시리즈는 시대적 배경 자체가 과거 노래를 쓸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현대물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밴드를 가져오면 풍부한 음악 소스가 확보되고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가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욕심이 났다"고 설명했다.

매회 등장하는 밴드신은 레트로 음악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회에는 부활의 'Lonely Night(론리 나이트)'로 5인방의 첫 만남 당시 추억과 20년이라는 세월을 관통, 이들의 깊고 진한 우정 서사의 서막을 열었다. 2화에는 베이시스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로, 3화에서는 쿨의 '아로하'로 재미를 더했다.

5인방의 밴드 포지션이 정해지게 된 에피소드와 함께 등장했던 4화 속 캐논 변주곡은 배우들이 가장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곡으로 완벽한 연주 실력까지 더해져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5화 크라잉넛의 '밤이 깊었네'는 밴드 연주 중 병원에서 온 연락 때문에 하나 둘 자리를 뜨는 상황이 등장해 '가지 마라 가지 마라 나를 두고 떠나지 마라'라는 가사와 함께 큰 재미를 줬다. 6화 동물원의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는 이들의 첫 만남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통해 과거 감성을 소환했다.

7화에서는 모노의 '넌 언제나'를 연주했고, 8화는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를 연주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5인방의 모습이 그려졌다.

9화에서는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해서 아직은 살만한 인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공감과 감동을 안겼다. 특히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신 PD가 "캐논을 뛰어넘는 최고 난이도의 밴드곡"이라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스킬이 요구되는 곡이었지만 배우들의 노력으로 완벽하게 연주해냈다.

배우들은 매회 곡을 직접 연주하고 있다. 5인방의 악기 포지션은 캐릭터에 맞게 정했다. 양석현이 건반, 안정원이 드럼, 김준완과 이익준이 기타, 채송화가 베이스를 맡고 있다.

신 PD는 "악기 포지션은 캐릭터에 맞게 이미 정해져 있었고, 캐스팅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캐릭터와 악기가 확정된 후에 연주를 할 수 있는 배우로 캐스팅을 진행했다. 그는 "다행히 조정석이 기타를 칠 줄 알았고 유연석은 드럼, 김대명은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었다. 정경호 역시 전작에서 기타를 배웠기 때문에 전미도를 제외하고는 기본 베이스가 조금씩 있었다"고 설명했다.

악기에 대한 기초적인 베이스는 있었지만 거의 처음 배우는 것과 다름없었던 배우들은 캐스팅과 동시에 연습을 시작했고, 약 1년간 끊임없는 노력으로 완성도 높은 합주 실력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신 PD는 "밴드곡은 철저하게 대본상의 스토리 흐름에 맞는 곡으로 선정한다"며 곡 선정에 대한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캐논'까지만 직접 연주해 보는게 목표였다. 한 곡 한 곡 할수록 배우들의 실력이 늘고 의지도 점점 강해져서 본인들의 힘으로 갈 수 있게 됐다"고 배우들의 열정과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같은 배우들의 열정이 '슬의생'을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