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충격파가 만만치 않다.
KT 위즈의 '수호신' 이대은이 두 경기 연속 무너졌다. 1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연장 10회말 오재일에게 동점포를 맞은데 이어, 1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나성범에게 동점 투런포를 내주면서 고개를 떨궜다.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뒤 마운드에 오른 12일 이대은의 부담감은 상당해 보였다. 팀이 6-4로 리드한 9회말 선두 타자 권희동에게 안타를 내주고, 폭투로 진루를 허용했다. 장타를 의식해 낮은 제구를 가져가려 했지만, 어깨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모습을 보였다. KT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이대은을 달랬고, 이대은은 박민우, 이명기를 차례로 범타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추가했다. 하지만 2B2S 유리한 카운트에서 뿌린 포크볼이 나성범의 방망이를 피하지 못한 채 악몽을 되풀이 했다.
지난해 KT 입단 후 선발로 출발했던 이대은은 시즌 중반 마무리로 전향했다. 제구 불안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후반기부터 안정감을 찾으면서 17세이브를 올려 팀의 5강 경쟁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또다시 제구 불안을 드러내면서 불안하게 출발하고 있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일찌감치 이대은을 클로저로 점찍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기존 마무리 투수 김재윤에게 필승조를 맡겼다. 줄곧 마무리 보직을 맡았던 김재윤 대신 이대은에게 2년 연속 클로저를 맡긴 것은 그만큼 신임이 두텁다는 방증. 지난해 활약에 '완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긴 어렵지만, 한 시즌을 치르면서 쌓은 경험과 메이저리그-일본 무대를 거치면서 쌓은 이대은의 경험과 배포를 믿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이대은 역시 이런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지만, 시즌 초반의 부진한 내용과 결과 속에 자신감은 점점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현재 KT에서 이대은은 대체불가의 마무리다. 김재윤이 시즌 초반 부진 속에 1군 말소됐다. 불펜에서 주 권, 이상화, 전유수가 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불안감이 크다. 뒷문을 책임질 이대은마저 흔들린다면 KT의 '5강 도전' 꿈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대은 스스로 클로저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어나는 수밖에 없다. 지나간 실패를 되새기는 것보다, 교훈을 얻고 새출발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시즌 초반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대은의 이른 실패가 장기적으론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KT는 이대은의 '실패'를 다독일만한 여유가 없다. 뼈아픈 실패를 반복한 이대은이지만,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신의 투구를 찾아가는 '뻔뻔함'이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